제주교육 '신중과 느림'은 다르다
제주교육 '신중과 느림'은 다르다
  • 박미예 기자
  • 승인 2016.09.21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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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박미예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교육 현안’이라는 러닝머신 위에 올라탔다. 열심히 달리는 듯 싶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이다.

우레탄트랙 교체 사업, 전국 최고 수준의 학생 비만율·중독률 등 당장 눈앞에 떨어진 시급한 과제에서부터 당초 도입 목적과는 달리 예산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버린 ‘이상한’ 누리과정에 이르기까지…. 담당자들은 업무 과중을 호소하지만 진전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레탄트랙 교체 사업은 소재 선정 과정에서 교육공동체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 최근 세 번째 수요조사에 들어갔다.

이는 지난해 인조잔디 교체 사업의 추진 수순을 놀라울 정도로 빼닮았다. 제주도교육청이 운동장 교체 과정에서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소재를 제외하는 방침을 세우면, 곧 제주도의회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유야무야되고 만다. 지적 내용도 의견 수렴 부족, 천연잔디 및 마사토 단점 홍보 부족 등으로 똑같다. 기이한 상황이다.

지난 추석 연휴, 조카들과 도내 한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았다. 널찍한 학교 운동장에서 한창 시간을 보내던 중 우레탄트랙 위를 걷다가 하얀 페인트로 쓰인 글씨를 발견했다.

‘유해물질이 검출돼 트랙 사용을 금지합니다.’

이를 읽자마자 조카들을 급하게 트랙 밖으로 데리고 나가며 ‘유해물질’에 대한 조카들의 쏟아지는 질문 공세를 견뎌야 했다.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며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앞섰던 순간이다.

현장을 뛰며 교육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수없이 들어온 ‘교육은 백년지계’라는 말이 새삼 되새겨진다.

교육은 아이들의 성장과 직결되므로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신중은 느림과 같은 의미가 아니며, 결단력과도 결코 먼 단어가 아니다.

아이들을 우선한 정책이라면 우직하게 추진하고, 소통이 필요한 부분은 시간낭비가 없도록 확실히 협의해 사업들이 보다 탄력 있게 나아가게 되길 바란다.

박미예 기자  my@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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