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그녀)를 믿기
나와 그(그녀)를 믿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9.2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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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재판 이혼 과정의 부부들을 상담하다 보면 종결 즈음에 이혼소송을 취하하고 재결합하여 살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재결합이란 한 번 헤어진 부부가 떨어졌다가 다시 결합한다는 의미다. 극한까지 치달았던 심각한 갈등 끝에 내리는 결론인 재결합.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만큼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이혼을 결심하거나 이혼을 한 이후의 사람들의 인생행로는 개인마다, 연령대마다, 성별마다, 학력·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또한 전 배우자와의 관계에 따라 다양하다. 그런데 어쨌든 이혼까지 결심했다가 다시 재결합하였을 때 어쩐지 당사자들도 그렇고 사회적 시선에 있어서 환영받는 일이라기보다는 숨기고 싶거나 다소 창피스러운 일로 간주될 소지가 많다.

왠지 부부갈등 끝에 이혼결정을 하고 소송까지 했다는 것은 서로 적대적인 관계인 것을 인정하고 바깥으로 드러낸 일이 되어버렸는데 그것을 다시 철회한다는 것이 어쩐지 창피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을 목격했던 주변의 사람들은 이혼하려했거나 이혼한 부부의 재결합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선을 보낼 수 있다. 이런 저런 이유보다 재결합에 대한 가장 부정적인 시각 속에는 재결합한 후에도 헤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이다.  

이혼 후 재결합에 관련한 공식적인 통계자료들은 많지 않다. 2010년 한국법률상담소의 자료에 의하면 사실혼 가운데 배우자와 이혼 신고 후 혼인신고를 다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거하는 경우가 10.2%이다.

이로보아 사실혼 상태의 재결합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재혼 여성에 대한 국내 연구에서 보면 재혼 여성 가운데 일부는 이혼 후 자녀문제로 인해 전배우자와 재결합하였다가 다시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재혼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렇듯 이혼 후 재결합은 이혼 당사자들이 한 번쯤 혹은 그 이상 시도해 보는 대안임을 알 수 있다.

재결합의 긍정적인 측면을 꼽으라면 다음을 들 수 있다.

이혼이라는 그 상황에 놓여 있는 동안 자신, 결혼생활, 자녀 양육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고 그 사이 내면이 부쩍 성장하게 된다.
그 바탕에서 전 배우자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를 통해 결혼 생활을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의 심각한 갈등, 혹은 별거에 노출되면서 함께 사는 부모에게는 충성심을 느끼면서도 혹시나 떠나간 부모처럼 함께 있는 부모마저도 떠나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헤어져 지내는 부모에게서는 혹시 나 때문에 집을 떠났나? 싶은 마음에서 오는 죄책감, 어떻게 나를 두고 떠날 수 있나? 라는 슬픔 등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회복이 되는 것이다.
이 회복은 마음의 안정을 도모하게 된다. 또한 재결합 부부를 둘러싼 형제, 친척들 입장에서도 재결합한 부부의 안정을 위한 지원도 해 줄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가족의 건강성은 더욱 단단해 지기 마련이다.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지는 것처럼….

하지만 섣부른 재결합은 더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재결합을 하기 전에 다음의 사항들에 대해서는 깊이, 여러 번 생각하자.
▲이혼한 전 배우자에 대한 용서가 제대로 되었는가?
▲전 배우자에 대한 신뢰가 쌓였는가?
▲혹시 자녀로 인해 너무 성급한 재결합을 하는 것은 아닌가?
▲이전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을 때 다시 이혼하게 될 수도 있단 것을 생각하는지?
▲전 배우자의 단점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인정하는지?
▲무엇보다 나,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가?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버리지못하고 자신과 배우자가 각자의 사고 방식과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과거 상호작용의 패턴을 반복하여 후유증이 남아 있는 채로 하는 재결합은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자녀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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