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 김동일 기자
  • 승인 2016.09.19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김동일 기자] “얼마 전 제주도청에 갔는데 전기자동차 주차구역은 텅 비어 있었지만 일반차량 주차구역이 가득 찼다는 이유로 청사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고 싶어요.”

최근 만난 한 민원인이 청사 주차장과 관련해 기자에게 쏟아낸 불만의 목소리는 컸다. 전기차 전용구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일반차량 주차구역의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었다.

제주도는 최근 친환경 주차정책 일환으로 청사 내 주차장의 30%를 전기차 전용구역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오는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 조성을 위해 제주도정이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10여 면에 불과했던 전용구역은 86면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주차면수가 274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문제는 전기차 전용구역이 늘어난 만큼 일반차량 주차구역은 줄어들어 일반 민원인들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민 전체의 입장에서 지역 발전에 유익한 방법이 무엇인지 제시하기는커녕 양적 성장에만 매달린 채 성과주의에 급급한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정책 추진에 앞서 공감대를 얻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방법론적인 부분에서 미흡함이 드러난 결과와 다를 바 없다.

도정의 섣부른 정책적 판단은 도민들의 반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시민복지타운 내 공공임대주택 건설 추진도 맥락을 같이 한다.

‘주화입마(走火入魔)’라는 말이 있다. 일정 수준을 넘어 도가 지나치다는 뜻으로, ‘너무 앞서가다 되레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모든 정책 추진에 있어서 공감대 형성은 빼놓을 수 없다. 누가 먼저 앞서나가는 게 아니라 도정과 도민이 함께 발걸음을 맞춰 나가야 한다.

도정은 이번 청사 주차장 개선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곱씹어 봐야 한다.

김동일 기자  flash@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