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탈출? 도시 내부의 개척지를 찾자
도시 탈출? 도시 내부의 개척지를 찾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9.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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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많은 사람들이 도시 탈출을 꿈꾼다.

직장생활을 은퇴하는 시점에서 고려하던 귀농귀촌의 나이 때가 어느 덧 30~40대의 젊은 나이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도시는 더욱 집적화되고 첨단화되어가는 동시에 도심의 기능 쇠퇴와 주민 이탈 등 공동화와 슬럼화가 당연한 현상이 됐다.

공동화된 도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쇠퇴의 길로 돌아선 한 지역이 다시 생명을 얻게 되는 길은 무엇일까.

인간이 나이들면 노화가 일어나듯 도시 역시 그와 같은 일을 겪는 게 자연스러운데 이를 되돌리는게 의미가 있는 일일까.

얼마 전 세종시에서 열린 도시재생 지역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다양한 내용 중 부산지역의 도시민박촌 등 거점시설 집약화 사업이라는 내용이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낡고 오래된 도시내 주택을 확보해 민박시설을 확보하고 체류형 거점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민박이 가능한 4개의 집을 연결해 체크인센터 및 예술가 숙소, 멀티센터, 아트팩토리 및 공동식당, 게스트하우스 등의 기능을 부여하는 연속적인 공간을 형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시설이나 콘셉트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 지역이 눈에 띈 이유는 주도권과 주체를 누구로 삼느냐였다. 지속 가능한 수익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 자립형 운영계획을 세우는 일과 이를 운영하는 주체의 구성이 관심 요소였다. 이들 프로젝트에는 주민 관리인력이 참여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도록 구조를 만들었다.

업체가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당장의 성공 여부를 떠나 주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이 수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공유경제를 운영의 한 축으로 삼았다는데 의미를 더해준다. 그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낙후된 지역의 가능성을 보며 탈출의 이유를 거둬들일 수 있게 됐다.

추석 연휴를 보내면서 서울 마포의 한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했다. 기존의 주택을 매입해 친환경적 인테리어를 한 점도 의미있었지만 지역에 함께 사는 어린이집 구성원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투자와 운영에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이채롭다.

사례를 살펴보는 내내 제주도지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없이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고 FIT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사업의 기반은 어느 지역보다 좋다. 그래서인가 수많은 도심 속 숙박시설이 생겨난다.

고층빌딩과 호텔은 물론 독특한 마케팅으로 관광객들을 유인하는 데 성공한 장소들도 많이 생긴다. 그러나 수많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주민 중심의 대응과 지역이 함께 공유하는 모델이 제대로 준비되거나 운영되는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물론 쇠소깍의 테우체험처럼 마을이나 청년회 등에서 운영하는 성공 사례도 있을 것이고 마을 단위별 체험 휴양마을도 수도 없이 많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 주민들이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모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제주에도 불가피하게 쇠퇴도를 근거로 원도심 재생 계획이 진행 중이다. 원도심의 공동화와 쇠퇴가 현실로 검증됐다. 민간자본에게는 부동산 개발 외에는 투자의 매력이 남아있지 않다.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탈출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모델과 비전을 공유하는 출구 전략을 찾는 일이다. 도시 탈출이라는 선택이 아니라 도시 본래의 기능과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 수밖에 없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앞의 예들처럼 공유경제의 모델이 자리 잡을 발상 전환과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대안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도시 탈출’ 대신 도시 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주체들에게 ‘도시 점유’를 허용해 도시 내부를 새로운 개척지로 삼도록 가능성을 열어 줘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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