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情을 싣고 달리며 보람 느껴요”
“고향의 情을 싣고 달리며 보람 느껴요”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6.09.14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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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안고 가는 귀성객 보며 보람"
"고맙다고 인사하는 승객 만나면 기뻐"

[제주일보=현대성 기자] “제가 일을 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발이 묶이는 걸요. 시민들을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해야죠”
 
13일 제주시 오라3동 금남여객 차고지에서 만난 12년차 시외버스기사 정필성씨(56)는 이번 추석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게 됐다.

고향인 전남 영광에 가지 못한 것도 10년이 넘었다는 그는 이제 덤덤한 표정이었다.

정씨는 “명절 때마다 고향에 가지 못하니까 형제들, 친척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며 “미안한 마음에 성묘를 할 때가 되면 결근계를 써서라도 참가하려고 노력한다”고 애써 웃었다.

정씨는 “기사들도 사람인지라 명절이면 쉬고 싶지만 시민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나 뿐만 아니라 모든 버스기사들이 시민들의 안전한 귀성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시 노형동 공영버스차고지에서 만난 32년차 버스기사 송용삼씨(62)와 30년차 버스기사 구자원씨(59)도 이번 추석을 버스 안에서 보내게 됐다.

구씨는 “버스업계에서는 명절만 되면 ‘버스기사는 조상도 없는 인간들’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떠돈다”며 “명절만 되면 아버지 없이 차례 지내러 가야 하는 가족들과 친척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송씨는 “예전 명절 때는 버스가 귀성객들로 항상 붐볐는데 요즘은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하다 보니 버스가 한산해졌다”며 “추석 때 설렘을 안고 고향을 가는 승객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행복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씨는 “장시간 버스 운전을 하다보면 지치기 마련인데 그럴 때 내리는 승객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 힘이 난다”며 “예전 같지는 않지만 명절 때 고향을 찾는 승객들의 환한 웃음을 보면 단순히 승객이 아니라 정(情)을 모셔다 드린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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