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해의원'을 국회의원으로
'국해의원'을 국회의원으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9.1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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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제주일보] “국회의원은 국민의 편에 서서, 잘못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께서 우리 국회를 신뢰합니다. 국회의장을 영어로 ‘Speaker’라고 합니다. 상석에 앉아 위엄을 지키는 Chairman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Speaker인 것입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한 말이다.

우리 국회는 그동안 정파적 이해를 우선시했던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국회에 대한 댓글을 찾아보니 많은 국민들이 ‘국해(國害)의원’이라 힐난한다.

툭하면 공무원을 하인 다루듯 삿대질하고 고성질타로 윽박지른다. 국가에 쓰레기 같은 존재라는 뜻의 ‘국레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도 ‘국해의원’이라는 낱말이 등재되어 있다. ‘나라와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의원’의 줄임말이다.

‘여의도 쓰레기 분리수거 전략이 필요하다’는 치욕스러운 구호까지 등장했다. 비슷한 말로 ‘국해우원(國害愚猿)’이라는 말도 있다. 나라를(國) 해치는(害) 어리석은(愚) 원숭이떼(猿)라는 뜻이다.

어찌 국회의원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검정색 에쿠스나 체어맨을 타고 다니며 고가의 식사를 하고 수십명의 수행원이 항상 동반하는 국회의원.

국회의원이 사용한 모든 경비는 우리 세금으로 충당한다. 덴마크와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아주 기본적인 급여와 활동지원비만 받고 성실히 일을 한다. 심지어 출퇴근도 자전거나 소형차로 한다.

국회의원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만 200개가 넘는다. 보수는 연 1억3796만원. 각종 수당 및 지원금이 보수에 가까운 연평균 9915만원에다 의원 1인당 법적후원회, 출판기념회 후원이 연평균 7000만원. 여기에 전용보좌관 7명, 인턴보좌 2명에 대한 비용지원 평균 3억9846만원. 차량 운행지원 기름 값 월 110만원, 유지비 월 35만원, 가족수당으로 배우자 월 4만원, 자녀학비 보조수당 분기당 44만8000원 등. 모두 연간 7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어디 이것뿐인가? 국내철도 선박 항공기 무료 이용 및 해외 출장시 1등석 무료, KTX 1등석, 공항귀빈실 이용, 해외 나갈 때는 영사관에서 귀빈 접대, 국회 내에서 전용사우나, 헬스, 목욕탕, 한의원, 병원 무료 진료 등 다 열거하기가 너무 부끄럽다.

처음 국회의원이 되면 걸음걸이가 달라진다. 말의 속도와 말투조차 달라진다. 어깨에 힘을 주고 부정한 청탁을 마다하지 않고 의원 대접 받기를 강요한다. ‘공무원을 하인 다루듯’하고, ‘트럭 한 대나 되는 양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압박’하며, ‘바쁜 경제인들을 불러 놓고 단 1분도 질의하지 않는’ 행태도 보인다.

국회의원의 불체포·면책특권에 대해선 ‘황제 특권’이라는 비판도 있다. 요즘 국회의장 경호원의 멱살을 잡아 경찰에 고발당한 어느 의원이 ‘갑질 횡포 특별 단속 1호’가 될지도 관심거리다. 전·현직 경찰관 등 353명이 공무 수행 중인 경찰관에게 위력을 행사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찰관의 멱살을 잡은 그날은 마침 경찰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갑질 횡포’가 구조적 부패·부조리의 근원”이라며 ‘갑질 횡포’ 특별단속을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도 보인다. 국회의원이 우선해야 할 일이다.

“우리 국민과 국회가 언제까지 남북한 정부가 벌이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의 관망자로 남아있어야 합니까.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는 동북아 지역 평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작은 것이라도 가능한 부분부터 대화해야 합니다. 여야가 이 문제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입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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