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임대아파트 서민 두 번 울리나
왜, 임대아파트 서민 두 번 울리나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09.08 18:00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화북주공아파트에 보면 초등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영구임대, 임대, 일반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 따로 놉니다” “제주시민복지타운에는 현재 고급주택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행복주택(임대아파트)이 들어서게 되면 사회적 괴리감이 생기고 지역 내 갈등이 생깁니다”

며칠 전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나온 한 지방의원의 발언이다. 인터넷을 통해 고스란히 제주전역에 중계됐다.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제주시 시민복지타운 임대아파트 건설사업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제주시청이 들어서기로 했던 곳에 대규모 임대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원래 제주시민복지타운은 ‘중앙공원’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제주시장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이에 대응한 ‘시민복지타운’ 공약이 나오고, 결국 선거결과 ‘중앙공원’은 패했다.

제주를 상징할 ‘센트럴 파크’가 한순간 사라졌다.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 이뤄졌고 지금의 모습이 됐다. 현재 이곳이 시민들을 위해 어떤 ‘복지타운’ 기능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수수께끼다.

 

#비판에도 ‘기준’은 지켜야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지방의회 고유 권한이다. 그런데 비판과 지적에는 최소한의 ‘기본’이 있어야 한다. 이는 우리사회가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보편타당’이다. 적어도 사회구성원 상당수의 공감은 끌어내야 한다.

민의의 전당인 의사당내에선 더 엄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의원의 자질과 품격 문제가 늘 뒤따른다.

시민복지타운 시청사 예정지에는 당초 계획대로 제주시청이 옮겨왔어야 했다. 그런데 시청이전이 무산됐다. 2011년 12월 ‘시청이전무산’ 발표 후 그동안 다양한 활용방안이 제기됐지만 어느 것 하나 이뤄진 게 없다.

그런데 제주도가 이곳에 1200세대의 임대아파트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임대아파트 가운데 700세대는 ‘행복주택’으로,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의 입주를 유도하기로 했다.

4만5000㎡에 육박하는 면적과 땅값(공시지가 ㎡당 98만원)만 하더라도 400억원이 넘는 ‘금싸라기 땅’에 임대아파트를 건립하는 것은 분명 논란이 될 수는 있다.

그런데 임대아파트 그 자체는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 돈 안 되는 임대아파트라는 인식은 ‘천민자본주의’ 논리다. 사회구성원의 의식주를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기본 책무다.

더더욱 미래 제주를 이끌어 가야할 젊은 사회초년생은 제주도라는 지방정부가 반드시 끌어나가야 할 제주사회의 유일무이한 미래성장자원이다. 이들에게 평당 1000만원이 넘나드는 일반아파트에 살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편가름’, 사회정의에 반해

제주도가 시민복지타운에 대규모 임대아파트를 조성하면서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한 것은 분명 잘못된 행정절차다. 그렇더라도 임대아파트여서 안 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 속담에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생명을 잃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 한마디나 또는 경망스런 행동이 상대방의 마음에 깊이 상처를 주기도 하고, 더러는 의사전달이 잘못돼 상대방의 가슴에 원한의 불씨를 남긴다는 의미로 곧잘 쓰인다.

실제 화북주공아파트 내 초등학교에서 ‘순진한 동심’들이 ‘끼리끼리’ 노는 것으로 믿고 싶지 않다. 또 실제 그 같은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만에 하나 이런 일이 있다면 이를 적극 말려 함께 미래로 나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나아가 시민복지타운에 임대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해서 주민들 간 ‘일반주택’과 ‘임대아파트’로 갈라서는 편 나눔이 생겨서도 안 된다.

설령 주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패이고 반목이 생기더라도 이를 아울러 함께 나갈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하는 게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도리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하나 돼 나가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사회구성원 간 편 나눔과 또 다른 계층 대립을 만드는 행태는 미래로 나가는 제주사회에 대한 반칙이다.

우리 헌법정신에 의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법 앞은 물론 모든 분야에서 평등해야 한다. 임대아파트 입주민을 우리사회 구석진 곳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이는 임대 아파트 주민 전체에 대한 모독이고, 올곧게 나가야 하는 정의라는 역사의 물줄기에 돌파매질이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문대탄 2016-09-11 07:01:42
복지타운의 문제는 가난한 임대아파트라고 무시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 도시계획의 문제라고 생각.
서민 주거안정이 "가장" 시급하다는 건 협시증.

눈동자 2016-09-09 18:32:24
새 학교도 두 곳이나 생겼구요. 그래서 언급하신 화북주공 내 초등학교는 작은 학교가 되어친구 한 명이 아쉬워 서로서로 잘 어울립니다. 일반, 임대 구분이라니요? 논설위원의 말대로 얼토당토 없이 상처만 주는 이야기네요. 참 안타깝습니다!

눈동자 2016-09-09 18:14:29
그 의원님 논리라면 사회적 괴리감과 지역 내 갈등 봉합을 위해선 부자동네, 가난한 동네는 구획을 정확히 갈라야 하는 거네요. 그럼 서로 간의 이해와 배려는 영영 우리 아이들이 배울 수 없는 건가요? 계층, 계급이 존재한다면(무슨 기준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걸 뛰어넘는 우정을 경험하고 그걸 뛰어넘는 인간적 매력을 경험하게 하고픈 건 무리한 욕심이 되는군요. 언급된 의원님과 같은 시각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스며듭니다.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려고 한 것인지 참 불쾌합니다. 화북주공 주위에 신규 단지들이 많이 들어섰지요.

뭔 개소린지... 2016-09-09 15:03:31
헐~~~현재 화북주공아파트 내 초등학교에서 임대와 일반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끼리끼리 논다는 얘기는 처음듣는 소린데... 그 학교에가서 노는애들을 직접확인하고 하는 소린지...아이들이 어리다고 함부로 매도하는 참 나쁜사람이 의원나부랭이를 하고 있다는게...
가만있는 국민들 지역감정이용하는 국회의원이 하는 행동을 답습하는 지방의원이라면 민폐끼치지말고 옷벗는게 나을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