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주에 던지는 교훈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주에 던지는 교훈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6.09.07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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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태형기자]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2년 전인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당시 던진 메시지다. 교황은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을 깨닫게 해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며 몸소 실천하는 행동까지 보여줬다.

종교 유무를 떠나 낮은 곳을 향하는 행보와 검소한 생활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이 며칠간 가시지 않았다. 나름 내 자신을 돌아보는 전환점이기도 했다.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품위있게 일용할 양식을 얻고 자기 가정을 돌보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를 바랍니다”(평신도들과의 만남에서)

교황은 무엇보다 가장 소외되고 약한 자들과 호흡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지면 ‘큰 울림’을 줬다.

교황의 메시지는 날로 첨예화되는 빈부격차와 양극화 심화 등으로 파생되는 인간성 본연의 가치 훼손을 정확히 짚어내는 경고였다. 바꿔 말하면 우리 사회가 진정성을 갖고 추구해야 할 방향성과 다름 없었다.

지금 시점에서 잊혀져가는 교황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 이유는 현재 제주사회에서 되짚어 봐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이 머리 한구석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2016년 제주는 외형적으로 최고의 경제적 성장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정도인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도내 임야를 불법으로 훼손한 후 토지 분할 판매해 차익을 챙긴 기획 부동산업자들이 판치는가 하면 교묘한 수법의 산림 전용 등으로 인해 제주 생태계 허파로 불리우는 곶자왈 등의 자연 훼손이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불법·탈법은 종류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극성을 부리고 있다. 도내·외에서 수많은 가짜 농사꾼이 드러나는가 하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둘러싼 불법 사전 분양 및 전매 행위 등이 빈발, 집 없는 도민들의 설움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교황의 메시지처럼 탐욕에 빠진 ‘물질주의의 유혹’이 제주의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다. 참으로 개탄스럽지만 법적·제도적 허점을 파고들면서 가격 폭등을 주도하는 ‘과도한 한탕주의’가 만들어낸 광풍의 위력에 도민들만 놀아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근본적인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본다면 부동산 광풍 등으로 인한 부(富)의 축적이 도민 중심보다 중국자본과 국내 외지인 등의 도외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나름대로 경제학을 탐독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했던 ‘왜곡된 부의 불균형’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 ‘원주민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예전보다 많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의 제주 미래 방향점을 고민해본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씀한 ‘모든 사람이 저마다 품위있게 일용할 양식을 얻는 기쁨’을 만들기 위한 방안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모두 평등한 세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제주에서 축적되는 자본을 어떻게 지역 내에서 순환시키면서 그 이익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분배, 양극화를 최소화할 것인가를 고민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게 탐욕에 물들어가는 제주의 공동체 정신을 되살리고, 황폐해가는 제주 자연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면서, 빛바래고 있는 제주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가는 출발점이다.

그 출발점에서 교황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던졌던 메시지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습니다”(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에서)

어쩌면 ‘물질주의의 유혹’을 간파하면서 ‘더불어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도민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출발점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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