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창간 71주년 특별기획...탄소 없는 섬' 바람 타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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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6.09.05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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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바람-<7> 제주 풍력의 미래-산업화...2030년 전력생산 목표 57% 풍력으로 충당, 기술력.전문성 확보 등 관건

[제주일보=김태형 기자] 제주 도민들의 삶을 억척스럽게 만든 최우선적인 자연환경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바람’이다. 구불구불 ‘흑룡만리’같이 쌓으면서도 거센 바람이 잘 통하도록 만든 제주돌담은 변화무쌍한 자연에 맞서기보다 슬기롭게 받아들이면서 이겨내는 제주인들의 지혜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그렇게 제주인과 함께 해온 바람이 시대 변화에 맞춰 대변신에 나서고 있다.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이뤄진 현대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 자원으로 탈바꿈,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산업화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산업화를 담보해낼 기술력과 전문성, 공공성 강화 대책 등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래 에너지 핵심자원 바람=제주특별자치도가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제주 바이 2030(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실현을 위해 수립한 풍력개발 투자 활성화 계획을 보면 제주의 탄소 없는 섬 청사진에서 ‘바람’의 중요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목표 기한인 오는 2030년에 1만1496GWh 규모 전력생산 계획에 있어 57%(6605GWh)를 풍력 발전으로 충당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탄소 없는 섬 실현을 위해서는 풍력 발전시설의 확충 여부가 관건인 셈이다.

풍력이 미래 에너지 핵심자원으로 꼽히는 이유는 에너지 전환 효율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근 들어 각광을 받는 태양광이 20% 이하인데 반해 풍력은 아직까지 25% 수준을 보이고 있어 선진국에서도 대규모 풍력발전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독일 등 유럽이 세계 풍력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까지 대규모 시설 확충에 뛰어들면서 세계 풍력발전 시설 규모는 36만9553㎿(2014년 말 기준)로 증가, 일 년 새 16%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갈 길 먼 산업화=1996년 제주 행원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시작으로 풍력자원 개발이 본격화된 이후 현재 17곳에서 216㎿의 풍력발전이 가동되고 있지만 산업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갈 길 먼 형국이다.

제주는 지난 20년간 풍력 산업화를 위해 다양한 기술·제품 상용화를 촉진하는 신재생에너지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왔지만 도내 인력 양성과 산업 기반 구축이라는 시너지 효과 창출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취약한 자본력에 앞서 부족한 인력과 기술 경쟁력 향상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향토기업 육성과 주민참여 확대 등의 선순환 산업기반 구축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대규모 육상풍력 발전시설 건설에 따른 경관 훼손 및 소음피해 문제가 제기되면서 친환경 에너지라는 인식도 약화됐고, 이에 해상풍력으로 방향을 선회해 추진되고 있지만 이 역시 기술력과 환경 영향 문제 등으로 산업화를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에너지 유관기관 관계자는 “풍력 선진국인 덴마크를 보더라도 정부나 지자체의 일관된 산업 육성 방향과 장기적인 지원 대책이 체계적으로 수립돼야 하며, 이를 통해 기술력과 전문성을 높여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제주 풍력 산업화는 육상풍력 개발 제한 등으로 여전히 어려운 여건을 갖고 있지만 제주에너지공사 설립과 역송전 해저연계선 구축, 글로벌 에코플랫폼 실증 시범 사업 추진 등에 힘입어 새로운 성공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도내 풍력의 체계적인 관리와 환경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 육상풍력에 대해서는 도민 참여 개발을 확대하고 해상풍력은 공기업·민간기업 등과의 공동 참여 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육상풍력 210㎿와 해상풍력 702㎿ 조성이 목표다. 여기에 에너지연구기술센터 운영과 에너지 인력양성 사업 산학연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면서 기술력 및 전문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제주와 내륙 지방인 진도를 해저로 잇는 제2 전력연계선(200㎿ 2회선)이 2014년 4월 준공돼 최근 역송전하는 시험 사업에 성공, 양방향 전력 송전 시대를 연 것도 제주의 풍력 산업화를 위한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현재 계획 중인 제3 전력 연계선은 풍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내륙으로 송전하기 위한 전압형 연계선으로 추진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제주도와 한전, LG 등이 지난 5월부터 구좌읍 행원리에서 추진 중인 ‘글로벌 에코 플랫폼 실증 시범 사업’도 주목을 받고 있다. 660㎾급 풍력발전기 등에서 생산한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해 수요 발생 시 전기를 공급하는 ‘탄소 없는 에코타운’을 조성하는 것으로, 풍력 융합형 산업으로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에너지 학계와 유관기관 관계자는 “풍력산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데다 제주지역의 특수성을 살릴 수 있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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