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일
경술국치일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6.08.31 18: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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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지난달 29일 제주항일기념관에서는 제106주년 경술국치 추념식이 거행됐다. 광복회 제주특별자치도지부(지부장 한대섭) 주최로 열린 이번 추념식은 1910년 8월 29일 일제에게 주권을 빼앗긴 치욕적인 역사를 가슴 속 깊이 새기기 위한 것이다.

일제는 1910년(융희 4) 8월 29일 경술국치조약에 의해 한국의 주권을 빼앗아 간 것으로 일본에서는 ‘한국병합’이라고 한다. 1905년 을사조약(제2차 한일협약)으로 한국을 보호국화하고 통감정치를 실시했던 일제는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죽인 후부터 한국의 주권을 완전히 빼앗고 식민지화하려는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즉 1910년 6월 일본각의에서 ‘합병 후의 대한(對韓)통치방침’을 결정한 데 이어, 한국경찰권을 일본에 위임하는 각서를 조인하여 경찰권을 빼앗았으며, 통감부에서는 경무통감부를 신설하고 헌병경찰제를 실시했다.

7월 12일 제3대 조선통감으로 임명된 데라우치(寺內正毅)는 본격적으로 합방공작을 진행, 8월 16일 총리대신 이완용, 농공상대신 조중응(趙重應)을 통감관저로 불러 합방조약의 구체안을 밀의하고, 18일에는 이를 각의에서 통과시킨 다음, 22일 순종황제 앞에서 형식적인 어전회의를 거치게 한 후 그날로 이완용과 데라우치가 조인을 완료했다. 조인사실은 1주일간 비밀에 부쳐졌다가 마침내 8월 29일 이완용이 윤덕영(尹德榮)을 시켜 황제의 어새(御璽)를 날인케 함으로써 이른바 칙유와 함께 합병 조약이 공포되었다. 이후 35년간 역사상 유례없는 일제의 폭압과 착취를 당하게 되었다.

그동안 부끄러운 역사이어서인지 교과서에서나 경술국치 사실을 볼 수 있었지만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인데 올해는 유난히 이 날을 기억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다시는 주권을 빼앗기는 치욕스런 일을 겪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8・15 광복의 기쁨보다 국권을 빼앗긴 아픔을 기억함으로써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말자는 결의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8월은 광복의 기쁨과 주권 상실의 기쁨이 공존하는 시기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한다. 똑같은 역사적 사실이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재해석할 때는 현재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변화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아이돌 그룹의 연예인들이 ‘안중근’ 의사를 몰라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SNS에 욱일기가 포함된 사진을 올려 역사 인식 부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8월 15일 제71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축사를 했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 첫 부분에 “안중근 의사가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라고 말을 했다. 순간 내가 한국사를 잘못 알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안중근 의사는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했고, 하얼빈에서 죽은 것은 이토 히로부미라고 알고 있는데. 뒤늦게 청와대가 잘못을 바로 잡았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뒤였다.

박 대통령의 이날 경축사는 또다시 건국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 대통령은 올해를 “광복 71주년이자 건국 68주년”이라고 밝혔고 이에 대해 광복회와 역사학회 및 원로 역사학자들은 헌법에 명시된 임시정부의 법통성을 부정하고 선열들이 목숨 바쳐 싸운 독립운동의 숭고한 의미마저 깎아내렸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역사라는 것을 해석하는 관점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이 “독립운동을 한 것과 나라를 세운 건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에는 할 말을 잃었다. 전 의원은 과연 독립운동을 했던 선열들이 무엇 때문에 목숨을 바쳤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궁금하다.

“건국절 논란은 항일 독립운동을 폄하하고 선열 모두를 모독하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망론”이라며 “역사의식과 헌법정신의 부재에서 오는 건국절 논란은 국가체면을 손상시키는 것”이며 “1948년 건국절 제정은 과거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어 친일행적을 지우는 구실이 될 수 있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데 방해가 될 뿐 아니라, 학생들로 하여금 기회주의와 사대주의 사상을 배우게 하는 역기능이 많다.” 광복회 제주특별자치도지부가 지난 달 24일 발표한 성명의 일부이다.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된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는 아픈 역사가 많다. 하지만 그 아픈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것보다 더 큰 아픔이 우리의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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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kova 2016-09-01 16:34:04
삼일절, 광복절은 들어보았는데, 경술국치일은 처음 듣는 이야였습니다. 아빠께 여쭈어 보았더니 일본이 일방적으로 한일합방을 하던 날이라고 합니다. 이때 매국노 이완용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라를 일본에게 빼앗긴 날을 잊지 말자고 이날은 조기를 달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일부 일본사람들을 향해서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고, 역사를 왜곡하면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커서 아픈 역사를 바로 보고, 듣고 다시는 이런 날이 없도록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