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에서 ‘관제먹통’ 사태로 대형사고가 발생할 뻔하면서 안전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제주지방항공청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6시 50분쯤 제주공항 관제탑과 접근관제소의 비상 통신장비를 포함해 관제탑 4대, 접근관제소 6대 등 10대의 통신장비가 모두 먹통이 됐고 이 상황은 오후 7시 40분까지 약 50분간 계속됐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서 공항에 내리려던 항공기들은 갑자기 착륙을 포기한 채 공항 주변을 선회하거나 아예 출발공항으로 기수를 돌렸고 이륙 대기를 하던 항공기 수십여 대도 발이 묶인 채 불안한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이후 오후 7시 41분께 비상 관제 통신장비가 작동했지만 통신장비가 완전 정상화된 오후 8시 6∼7분까지 20여 분간은 불빛(라이트건)을 이용해 공항 관제를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6시 50분에서 오후 8시 6∼7분까지 제주공항 출·도착 항공기 77편이 무더기 지연 운항됐다.
국토교통부는 13일 한국공항공사와 합동으로 제주공항에서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며, 기계결함으로 관제탑 4대와 접근관제소 6대 등 10대의 통신장비와 항공기간 신호를 주고받는 체계가 무너져 모두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현장 근무자의 미숙으로 예비 장비로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 장비의 기계 이상 뿐 아니라 관제 시스템 유지를 위한 예비 통신장비로의 즉각 전환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 관제 마비 사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등은 항공기 운항이 종료되는 밤 시간대 관제시설의 통신장비를 해체해 작동 상의 문제점을 조사해볼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비를 사용하다보면 기계적 문제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으나 주 장비에 문제가 발생하면 예비 장비로 즉각 전환되지 않은 시스템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전문가들은 “관제통신 장애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특히 복구에 한 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은 국제공항의 운영에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다른 추가적 요인이 있는지 조사를 실시하고 전국의 다른 공항에 대해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승현 기자 isuna@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