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간호 인력의 요람…제주 유일 보건 특성화고
전문 간호 인력의 요람…제주 유일 보건 특성화고
  • 박미예 기자
  • 승인 2016.08.28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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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중문고등학교

[제주일보=박미예 기자]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제주 유일의 보건·의료 계열 특성화고등학교인 중문고등학교(교장 김남수)는 매년 1학기 초 1학년 학생들을 체육관으로 불러 모아 ‘히기에이아식’을 연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히기에이아식’은 그리스신화에서 건강을 주관하는 대표적인 신 ‘히기에이아’(Hygieia)의 정신을 이어 보건·의료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짐하는 중문고만의 이색 행사다.

학생들은 전체 교직원과 학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촛불을 들고 나이팅게일 선서문을 제창한다. 행사는 학생들이 보건의료 전문직의 발전과 인류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위해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며 끝이 난다. ‘학생’에서 ‘예비 보건인’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히기에이아식’은 ‘올바른 품성과 건전한 가치관을 겸비한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중문고의 교육 비전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체계적 실습으로 실무 감각 향상

“안녕하세요!”

이른 오전 시간 제주시 에스-중앙병원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중문고 학생들이 실습을 위해 병원을 방문한 날이다.

‘중문고등학교’라고 쓰인 연노랑, 연보랏빛 실습복을 입고 흰 신발을 갖춰 신은 3학년 학생 4명이 병원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환자의 개인적 사정이나 비밀이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아픈 환자가 신경질을 내더라도 친절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어깨에 책가방 하나씩을 메고 앉아 병원 관계자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문다혜 학생은 “개인병원은 실습을 다녀봤는데 종합병원 실습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떨리긴 하지만 종합병원 취업을 목표로 하는 만큼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병원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병원을 둘러본 뒤 각각 다른 과에 배치돼 간호조무사 업무를 실습했다.

중문고 현장 실습은 1~3학년 동안 방학과 학기 중을 구분하지 않고 이뤄진다. 교내 활동, 현장체험학습, 산업체파견 실습, 동아리 활동, 전문가 강연 등 형태도 다양하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현장 실무 감각을 익히고 자신이 일하고 싶은 직업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중문고는 체계화된 실습 지도를 위해 경제적 목적의 아르바이트형 산업체 파견 실습을 전면 금지하는 동시에 병·의원, 호텔, 리조트, 박물관, 면세점, 커피전문점 등 산업체와의 유대관계 와 상호 협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제주 최초 보건·의료계열 특성화고

중문고는 1966년 중문원예고등학교로 문을 열었다. 이후 중문종합고등학교(1972년), 중문상업고등학교(1990년)를 거쳐 2010년 제주지역 최초의 보건·의료 계열 특성화고로 지정됐다.

중문고는 보건간호과, 의료관광과, 의료정보과 3개 학과로 구성돼 있다.

보건간호과는 인간발달, 간호의 기초, 보건간호, 인체의 구조와 기능, 직업윤리, 간호영어, 컴퓨터 일반 등 전문 간호인이 갖춰야 할 기초 지식을 교육해 간호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학교 정규 수업, 방과후과정 등을 통해 간호조무사 자격, 컴퓨터 자격증 등을 취득할 수 있다.

의료관광과는 외국어 실력을 갖춘 관광 의료 인력 배출을 목표로 한다. 관광일반, 병원코디네이터, 의료서비스마케팅, 관광 외국어, 호텔업무, 의료관광실무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진로는 의료관광코디네이터, 관광통역 안내원, 호텔 등이다.

의료정보과는 정보화 능력을 갖춘 의료행정 인력을 양성하는 학과로, 의료데이터베이스 실무, 의료정보통신, 병원재무관리, 건강보험실무, 전산회계실무, 컴퓨터일반 등을 배운다. 진로는 병의원 원무행정과, 의료보험조합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취업역량 강화 사업도 다채롭게 추진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공 자격증반과 취업동아리다. 전공 자격증반은 학년별로 간호조무사, 병원코디네이터, 심폐소생술, 스포츠테이핑 등 보건·의료에 관련된 분야뿐만 아니라 발 마사지, 바리스타, 국내 여행 안내사, 정보컴퓨터까지 아우른다.

중문고는 자격증별 점수를 마일리지화 해 일정 점수 이상일 경우 학교장 상장을 수여하는 ‘미래인재상’을 실시, 자격증 취득을 독려해왔다. 그 결과 매년 90% 이상의 학생들이 전공분야 자격증 취득에 성공하고 있다.

중문고 취업동아리는 학생들이 원하는 취업처가 곧 그 이름이 된다. 취업동아리반은 의료기관, 공무원·공기업 대비반, JDC, JTO, 커피전문점, 호텔리어, 중국어 통역 안내사, 뮤지엄, 관광가이드 등이 있다. 연관 사업체 경력자가 멘토로 나서기 때문에 학생들의 실무 이해도가 높아 동아리 활동이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생들이 취업해 졸업한 후에도 학생 및 교사들이 취업처로 응원 메시지와 과자 선물을 보내는 등 따뜻한 인연도 이어지고 있다.

김남수 중문고 교장은 “중문고 학생들에 대한 현장 신뢰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학생들의 인성과 직업윤리 의식을 성장시켜 각자가 꿈꿔왔던 현장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미예 기자  my@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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