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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플랜 아래 농가·행정·대학 '혼연일체'…6차산업 꿈 이루다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제주일보 | 승인 2016.08.24

[제주일보] 특별한 여름이 지나간다. 제주섬 전체가 달구어진 여름…. 예년 같으면 태풍이 한두 개쯤 지나가면서 비를 뿌리고 대지를 식혀 줬을 것 같은데….

초기가뭄현상으로 월동채소의 발아율은 급격히 낮아지고 과다 착과된 감귤의 비대는 적정크기에 비해서 현저히 작다고 한다. 우량상품 생산을 위해선 빠른 적과가 필요한데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력은 우리 농촌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한다.

이제 ‘모기의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도 지났으니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로 만들어진 24절기의 오묘함을 기대해본다.

유럽의 농촌마을 사례탐구를 위한 세 번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네덜란드 헬몬드에 위치한 블루베리랜드를 방문했다.

농장을 경영하는 6명이 힘을 모아 설립한 블루베리협동조합은 현재 31개 농장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에게 특별하게 느껴진 것은 재배면적이 네덜란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독일과의 접경지역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독일에 250㏊, 네덜란드에 375㏊를 재배하고 있어 역시 국경이 없어진 EU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었다.

블루베리는 1990년대 네덜란드 펜트지역에서 대규모로 재배가 시작됐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소비자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생과 중심으로 판매가 됐다.

블루베리 재배에 어려움이 반복되자 재배농가들이 협력해 소비지에 직접 출하를 시도하고 그에 따른 각종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고 한다.

다양한 시도 끝에 상품 판매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다양한 선별기준과 포장을 갖추게 됐고, 소매점의 요구에 따른 포장규격의 다양화 등을 이뤘다.

최초소비자와 최종소비자의 욕구와 지각, 선호도 그리고 행동에 관해 깊이 있는 통찰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연중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었으며 각종 가공품의 생산은 자연스럽게 6차산업으로 이뤄져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다.

회원 농가들은 중앙집하장에서 원물을 모아 매일매일 판매하고 정산은 주간 평균가격을 적용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수확에 따른 인력 조달이 자체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생과출하용 수확은 루마니아에서 인력을 조달받고 가공용 수확은 기계가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귤이 농촌에 주산업인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떤가를 생각해보면서 쓴웃음이 자연스레 베어 나왔다.

우리도 다양한 생산자단체가 있지만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안주하고 새로운 도전에는 인색함이 있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눈앞에 보이는 사소한 이득에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한다.

필자도 십수년 전 추석 전 출하를 목표로 재배하는 하우스 단감과 노지에서 복숭아가 생산되기 전 출하하는 하우스 복숭아를 재배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도내에 동종의 작목을 재배하는 40여 농가를 모아서 출하연합회를 만들고 공동집하와 공동선별 그리고 평균정산을 시도했었다.

당연히 필자는 대형마켓과 소비시장을 누비면서 홍보마케팅을 했고, 우리가 만든 룰을 우리가 잘 이행하면 충분히 농업으로도 새로운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공동의 선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개인적인 투자(개인의 이기심을 버리는)가 선행돼야 하고 이타적인 배려가 있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 기질 상 그러한 부분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원래 의도했던 시스템으로 끌고 가고자 했던 필자가 기진맥진해 손을 놓는 순간 모든 조직이 와해됐다.

이때의 경험은 안타깝기도 했지만 우리 농심이 어디쯤에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고 그러한 도전을 다시 하는 바보스러운 용기를 접고 농업이 아닌 농촌마을사업에 전념하는 기회가 됐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제주 농업인 개개인의 특출함과 우수성은 모두에게 인정받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투자를 하겠다는 전제가 있을 때 우리의 생산자단체가 새로운 시스템을 일구기 위한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본다.

네덜란드의 헬몬드 블루베리랜드의 사례를 탐구하면서 ‘소수의 경영주’(6명)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는 지금의 모습은 단시일 내 결과를 얻기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 아닌 장기발전계획에 의한 끊임없는 노력과 더불어서 국가와 대학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고 보여 진다.

각종 작물의 효능 등에 대한 연구는 대학의 연구사업으로 활용하고 홍보·마케팅에 관한 사항은 연방정부 또는 주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결과물에 대해서는 언론 등을 통해 치열한 홍보를 통해 농업의 생존과 유지를 위한 노력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기에 오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않았나 싶다.

우리 정부가 농촌에 창조경제의 핵심은 6차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로드맵으로 설정해 놓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묻고 싶다.

적어도 우리 모두가 앞으로 20~30년 동안 그 목표를 위해서 매진할 수 있는 동기를 심어줘야 한다.

극심한 가뭄 때 기우제를 지내곤 한다. 제대로 된 기우제는 한두 번 제사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비가 올 때까지 제를 지내는 것이다.

농촌과 농업정책은 안정된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까지 지속적으로 정성을 다해 투자하는 것이다.

6차산업은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산과 가공, 체험, 그리고 마케팅은 결코 단시일 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 6차산업이라는 것을.

적어도 제주특별자치도에서만이라도 제대로 된 농촌의 장기 비전과 목표를 설정해 주기를 기대해본다.

단, 모든 농촌마을과 농업인 그리고 농심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비전을….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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