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정책 싱크탱크…“환경 고민 없으면 경제 미래도 없다"
녹색성장 정책 싱크탱크…“환경 고민 없으면 경제 미래도 없다"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6.08.23 1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강성진 고려대 교수…MB 정부 미래기획위서 활동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가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며 미소짓고 있다.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이 국가의 중요한 어젠다로 자리잡고 있다.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 디커플링(decoupling)은 현대 국가들의 공통된 숙제이기도 하다. 다음 달 제주에서 열리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의 글로벌 녹색성장 주간도 이 같은 고민의 연장선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 정책에 많은 역할을 해 온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53)를 얼마전 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

‘녹색성장’이 나오게 된 배경을 먼저 물었다.

“(전임 정부시절)미래기획위원회에 있었고 2008년 8‧15 경축사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발전방향으로 선언했다. 물론 녹색성장이 MB때 새롭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국가비전으로 공식화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경제학자로서 환경문제나 기후변화 대응, 온실가스 감축 등에 대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면 우리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인 경우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친기후, 친환경적이지 않으면 상품을 생산, 유통하기 어려운 시대다.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어떻게 온실가스를 감소시킬 것인가’는 전세계의 공통된 고민이다. 환경을 고민하지 않으면 더 이상 경제 미래도 없다. 미래기획위원회는 국가가 가야할 목표, 장기비전을 구체화하는 고민을 했고 ‘녹색성장’은 당시 위원회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그러나 전임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최악의 환경재앙을 만들어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이에 대해 그는 “전 정부의 공과는 분명 있다. 하지만 정확히 짚어야 할 것은 녹색성장에 4대강은 없다는 점이다. 원자력과 물분야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원전을 줄일 수 있으면 좋지만, 당장 우리 구조에서 바꾸기는 쉽지 않다. 독일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을 선언해 성과도 있지만 100% 신재생에너지로 채울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의 경우 당시 녹색성장 정책을 탑다운(강하게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다 보니 일부 관료들과 부처에서 굉장히 반발이 심했다. 온실가스 배출 같은 경우는 준비가 부족했다. 당시만 해도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유지하려는 분위기가 많았다. 유럽이나 선진국에서는 정말 오랜 시간 논의하면서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가는데, 지금 판단해보면 좀 느려도 방향을 잡고 어느 정부가 집권하든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녹색성장 정책의 대표주자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행복경제학 논문으로도 유명세를 치렀다. ‘여성은 결혼 후 행복감이 2년 후 사라지는 반면 남성은 결혼기간 내내 행복감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이다.

2010년 국내 경제학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발표한 배우자를 상실(쇼크·shock)했을 때의 행복만족도 연구에서는 한국의 여성인 경우, 남성과 달리 2년이 지난 뒤부터 쭉 올라가는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았었다. 서양의 경우 남녀 모두 행복만족도가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는 “5000가구, 개인 1만3000명 대상으로 지역별 조사를 했었는데 당시 제주지역은 샘플을 확보할 수 없어서 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의 고향집 집 얘기를 물어봤다. 8남매가 자란 상가리 집에는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산물낭(진귤나무)이 아름드리로 뻗어 유명하다. 수령이 무려 380년으로 조선 후기부터 제주 역사를 지켜봐왔던 나무다.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산물낭집으로 불려졌다.

진귤맛도 잘 모르는 동네아이들은 설익은 열매를 몰래 따먹다 혼쭐이 나는 일도 많았다. 종손집으로 일가를 이뤘던 그곳은 제주 해녀를 다룬 영화 ‘과부삼대(1983년 제작)’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수령이 1000년을 넘어 제주도 보호수로 지정된 퐁낭(팽나무)은 좋은 놀이터였다.

그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상여를 매는 스텝으로 참여해서 정확하진 않지만, 5000원씩 받았던 기억이 어렴풋하다”며 “성인물 영화라 학생들은 촬영 현장에 접근이 안됐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웃었다.

제주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는 그는 몇가지 조언도 이어갔다.

“제주인 경우 카지노나 영리병원, 영리학교 등 정말 논란이 많다. 제주만의 문제도 아니고 사실 국가전략과도 직결돼 있다. 어떤 방향으로 결정하든, 조심스러워야 하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래서 공론화시켜야 하고 더 많은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도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그래야 정책의 지속성이 유지된다. 이제는 도민들이 선택하고, 결정하면 결단력 있게 추진하는 게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강성진 교수는…1963년 제주시 애월읍 출신으로 애월중, 제주제일고,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하고 일본 쓰쿠바대 교수를 거쳐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KU-KIST(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 그린스쿨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국내 대표적 보수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회 국가전략연구회장, 지속발전연구소장, 기후변화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도 지원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한국국제협력단(KOICA) ODA(정부개발원조) 연구 전문위원, 국제개발협력 평가소위 위원, 국제경제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전임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과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녹색성장의 길’(공저)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서울=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