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쉐' 제주흑우
'검은쉐' 제주흑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8.2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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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오 수필가

[제주일보] 방목은 몇 백 년 동안 내려왔던 제주도 목축인들의 목축방법이었다.

이른 봄에 마소들을 한라산 깊숙이 풀어 놓으면 특별한 돌봄이 없어도 자기 나름대로 들판의 풀을 뜯어먹고 또 새끼도 쳐서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저절로 마을 근처에 내려오곤 했다.

이런 마소들은 항상 물이 고이는 ‘물통’이나 냇가를 반경으로 십리 밖을 나가지 않아 목축인들이 가끔 산에 올라가 그 근처를 한번 돌면 자기 소유의 마·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때문에 제주의 방목은 경제적인측면 외에 시간적으로도 매우 유익한 목축방법이었다. 도둑이 없고 인심이 좋은 제주도에서나 가능한 목축방법이었다.

말의 고장 제주에는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된 조랑말 외에도 또 하나의 특산인 제주 흑우가 있다.

기원전부터 오랫동안 제주지역에서 사육된 것으로 알려진 제주흑우는 조선왕조실록, 탐라순력도, 탐라기년 등 옛 문헌에 제향 및 진상품으로 공출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그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크다.

전신의 털이 흑색이어서 ‘검은쉐’라 불리던 제주 흑우는 체구가 작고 지구력이 좋아 밭농사에 널리 활용되었으며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한 집안 식구와도 같은 존재였기에 농경시대 제주사람들에게는 부와 행운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흑우에 대한 기록은 중종실록에 “민간에는 흑우가 적으나 황우는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기사와 승정원일기에 “납향대제에 쓰일 제주흑우가 부족해 충청감사에게 흑우를 올려보내라”는 기사 등이 있다.

이처럼 흑우는 조정의 전생서에 제향용으로 매년 진상됐을 정도로 귀한 가축으로 대접받았다.

이런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특산품종의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7월 22일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됐고, 현재 축산진흥원과 난지농업연구소, 축사농가 등에서 수백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유전자 분석결과 한우, 칡소, 교잡우와는 다른 제주흑우만의 고유 혈통을 가진 고유 재래종으로 제주축산진흥원에서 체계적인 혈통관리 및 사양관리를 하고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승정원일기에는 제주에서 제향용으로 쓸 흑우를 1년에 20수씩 진상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제주 목사는 흑우를 안정적으로 생산, 관리하기 위해 제주목의 황태장, 정의현의 천미 등에서 길렀다.

특히 진상용 흑우는 제주목의 황태장에서 많이 사육됐다고 하는데, 황태장은 1소장과 2소장의 경계인 체오름과 북오름 사이에 조성됐던 소목장으로, 흑우를 길러 나라에 진상했으므로 흑우둔이라고도 불렸다.

제주도에는 말을 사육하기 위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10소장과 산마장 이외에 흑우를 길러 국가에 바치는 우목장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었고, 이런 우목장의 운영은 ‘검은쉐’ 흑우의 진상이 주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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