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에 걸린 우도
대상포진에 걸린 우도
  •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 승인 2016.08.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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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종배기자] 섬 속의 섬 우도. 그 우도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매일 1만명에 가까운 관광객과 그들이 몰고 들어오는 차량들이 우도를 너무 아프게 하고 있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대상포진처럼 우도는 살을 베는 고통에 시름하고 있다. 그동안 신경조직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의 통증은 면역력을 잃은 우도의 온 섬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요즘 우도는 어디를 가나 사람이고 차량들 뿐이다. 모처럼 여유로운 느림의 휴식을 취해볼 생각으로 우도를 찾았다면 그 사람은 우도로 가는 성산항에 첫 발을 딛는 순간부터 휴가의 진이 다 빠진다. 거대한 주차장 같은 우도에서의 하루는 제주시내 도심지보다 더 복잡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차량은 마주오는 차를 만나게 되면 짜증은 폭발직전이 돼버린다.

 

우도와 홍콩

우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국내 여행지로 손 꼽히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우도는 정말 정겹고 볼만한 곳이 많다. 우도동굴 속에 비치는 태양이 마치 밤에 뜬 달과 같다는 주간명월(晝間明月)을 비롯한 ‘우도 8경’은 우도만의 자랑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우도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고 말한다. 우도는 제주의 보물이니까.

우도의 현재와 미래, 나아가 제주의 현재와 미래를 가까운 홍콩에서 찾을 수 있다.

홍콩은 중국의 해외여행 붐이 일면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로 떠올랐다. 2013년 한해동안에만 무려 4000만명을 넘는 중국인 요우커들이 홍콩을 찾았다. 5년동안에 요우커의 숫자가 2000만명 이상 늘어났다고 하니 홍콩에서 길을 가다 부딪치는 사람은 중국인 요우커이다. 요우커들이 홍콩에 몰리고 있는 이유는 우선 말이 통하고, 홍콩이 가지고 있는 중국스러움과 홍콩다운 특별함, 그리고 지리적으로 중국 본토와 가깝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홍콩을 찾는 중국인 요우커가 홍콩주민 700만명보다 6배가 많은 데에 있다. 기하급수적인 요우커는 홍콩의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지만 부정적인 효과 역시 만만치 않다.

과유불급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이 홍콩의 현주소이다. 제조업이 없는 홍콩은 모든 생필품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한다. 홍콩주민의 6배가 되는 요우커의 숫자는 필연적으로 생필품의 부족사태를 불러 일으켰고,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그리고 고질적인 교통난, 쓰레기처리난 등 고민거리가 한 둘이 아니다.

2014년에는 희한한 ‘소변사건’이 터졌다. 중국인관광객이 홍콩 공중화장실의 줄이 너무 길자 아이를 거리 한복판에서 소변을 보게 했다. 노상방뇨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홍콩주민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요우커들의 행태를 참다 못해 일어난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홍콩과 중국 본토간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확대됐다가 홍콩 행정장관이 요우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식선언함으로써 일단락될 수 있었다.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홍콩정부는 요우커의 체류기간을 단축하는 등 규제에 나섰다.

 

우도의 후유증

우도의 주민 숫자는 1780명이다. 하루에도 우도 주민보다 5배가 많은 관광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1366만명이었다. 불과 3년전만 해도 내도(來島) 관광객의 숫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해서 도내 언론들은 ‘꿈의 숫자 제주관광 1000만명 시대’가 열렸다고 야단이었다. 5년 뒤에는 2000만명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상포진은 발진과 물집이 사라진 뒤에도 몇 개월 동안 바늘로 콕콕 찌르는 통증이 계속되는 것처럼 우도의 몸살은 피서철이 지났다해서 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상포진이 어릴 적 걸렸던 수두 바이러스가 잠복해있다가, 면역력을 잃은 몸에 나타나 듯이 우도의 문제는 오늘에야 일어난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간과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대상포진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휴식과 안정이듯 우도에게도 휴식과 안정이 절대 필요하다.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jongbae1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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