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8월 단상(斷想)
폭염, 8월 단상(斷想)
  • 한국현 기자
  • 승인 2016.08.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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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한국현기자] 덥다. 연일 폭염에 열대야다. 지난 주말에는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기온이 40.3도를 기록했다. 올해 최고 기온이다. 제주 지역도 낮엔 폭염, 밤엔 열대야 현상이 한 달 째 이어지고 있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는 밤이다. 폭염으로 에어컨 등 냉방기구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기요금 폭탄’ 논란이 일자 정부와 새누리당은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발표했다. 전력수요가 많은 7~9월 주택용 전기 요금을 모든 가구에 월평균 19.4%씩 낮춰주기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땜질 처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시 방편의 한시적 대책이 아니라 가정용·일반용·산업용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요금제도 개편을 주문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저유가로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린 한국전력이 3600억원 규모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나 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전력의 대규모 돈 잔치는 가혹하게 폭염에 맞서고 있는 서민들을 조롱하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강선우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전이 시원한 돈 잔치를 벌일 때 국민은 전기세 3만6000원도 없어서 살인적인 폭염과 싸우고 있다. 국민의 목숨이 달린 이 위협에 정부는 실효성 없는 대책만 운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민들은 ‘전기요금 폭탄’ 걱정과 폭염에 시달리는데 한전은 성과급 잔치다. 괘씸하다.

폭염 속에 강정마을 주민들이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다 사법처리된 주민들이다. 도지사와 도의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여당인 새누리당 제주도당까지 나서 강정 주민들의 특별사면을 강력하게 건의했지만 이번에도 철저하게 무시됐다. 정부는 특별사면으로 국민 화합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희망의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특별사면은 도민과 강정마을 주민들이 느끼는 국민 화합과는 거리가 멀다. 해군기지는 준공됐다. 갈등을 치유하고 마을공동체 복원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있을 때 나온 ‘특별사면 제외’는 납득하기 어렵다.

리우 올림픽이 한창이다. 우리 선수들의 메달 소식은 폭염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양궁은 남·여 모두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진종오 선수는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며 세계 사격사에 새로운 신화를 만들었다.

특히 지난 10일 새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의 감동 드라마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21살 ‘꽃 청년’이다. 16강전에서 세계 랭킹 2위를 누르는 기염을 토했고 결승전까지 올랐다. 상대는 세계 랭킹 3위인 헝가리 선수. 마지막 3세트에서 박상영은 10-14로 4점이나 뒤져있었다. 상대가 1포인트만 얻으면 경기는 끝이다. TV에서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위원도 “이거 졌습니다. 솔직히 좀 어렵습니다”라고 예측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잠시 쉬는 시간, 그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자기 주문을 외운 후 경기에 나섰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연이어 5포인트를 따내며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되뇌이는 모습은 TV로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고 올림픽 관련 영상 중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다.

SNS는 들끓었다. 고3 수험생은 ‘5점을 뒤집는 것을 보며 나도 5등급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할 수 있다는 주문을 외우면서 공부하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은 ‘상반기 취업에 실패했지만 하반기엔 할 수 있다는 주문으로 꼭 성공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박상영의 감동 드라마가 학생과 청년들에게 큰 힘이 됐다. 올림픽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젊은 공무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행정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귀포시는 지난 12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미래전략팀’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6급 이하 공무원 44명은 3개월 동안 다리품을 팔아가며 연구한 과제들을 풀어냈다. 스마트 앱을 활용한 지역명소 알리기, 이주민과 함께하는 삼춘학교 운영 등이다.

치열하게 접근한 모습이 보였고 발표력도 뛰어났다. 서귀포시는 미래전략팀에서 제안한 과제와 대안들은 내부 숙성과정을 거쳐 정책으로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8월의 한복판, 폭염은 여전하다. 서민들은 전기요금 걱정이다. 강정주민들도 눈에 밟힌다. 팍팍한 삶 속 태극전사들의 메달 소식과 든든한 청춘은 청량제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이 무더위 또한 지나가리.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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