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들의 소통방법
앙숙들의 소통방법
  •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 승인 2016.08.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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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고양이와 개’의 관계를 흔히 앙숙이라는 말로 대신한다.

고양이와 개는 천성적으로 성격과 행동이 맞지 않다. 개가 사회성이 강한 동물이라면 고양이는 독립적인 성격이다. 개는 좋아하면 꼬리를 흔들지만 고양이는 화가 나면 꼬리를 바짝 세우고 내두른다. 또 개는 주인이 쓰다듬어 주는 것을 좋아해도 고양이는 그르릉 거리며 공격적인 경고신호를 보낸다.

도대체 맞는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것이 고양이와 개다. 개는 주인에게 철저히 순종하는 복종의 관계이다. 그렇지만 고양이는 절대 아니다. 고양이는 자신을 사람과 대등한 관계로 보기 때문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가리켜 ‘집사’라고 부른다.

이처럼 개와 고양이의 성격은 정반대이다. 그렇다면 개와 고양이는 같이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할는지 모르나 반드시 그렇지 않다. 이외로 개와 고양이는 서로의 소통방법을 금방 익혀 잘 지낸다. 그것은 상대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는 룰이다. 고양이는 육 개월 이전, 개는 일 년이 되기 이전에 상대방을 잘 받아들여 일찍 만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개와 고양이의 동거

개는 고양이를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만 오히려 민감한 편이고 고양이는 도리어 대범하다. 개는 주인의 관심을 독차지하려는 경향이 강해 고양이를 경계하지만 고양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식이다. 독립생활을 좋아하는 고양이는 깔끔한 반면에 개는 덤벙대거나 오랫동안 주인과 떨어져 있으면 인간처럼 우울증이나 폐쇄공포증에 걸리기도 할 만큼 주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고양이와 개는 서로의 소통방법을 배우면서 각자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는 룰을 지켜나가며 사이좋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요즘의 정국을 보다보면 떠올리는 게 ‘고양이와 개’의 관계이다. 호남출신 이정현 의원이 새 대표가 되면서 밖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새누리당의 복잡한 속내도 그렇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관계도 그렇다.

당청의 관계는 고양이처럼 그러거나 말거나식으로 소 닭보듯 해도 안 되고, 개처럼 좋아서 죽겠다고 살랑대는 모양새를 보여서도 안 된다. 국회의원은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민과 지역의 대표이고, 정당은 국회의원의 집합체라고 한다면 정당은 당연히 국민을 대표하는 곳이다.

물론 정당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거나 정치적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조직체임에는 틀림이 없다. 허나 정당은 집권과 정권유지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정당존립의 제일의 목적은 국민에 대한 섬김에 있다. 따라서 국민에 대한 섬김을 외면하는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새 대표를 맞이한 새누리당은 무게중심을 놓친 물체처럼 섬김의 대상이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다. 새 대표의 입에서는 취임 이틀만에 섬김의 대상이 국민에서 청와대로 바뀐 것같은 뉘앙스가 솔솔 풍겨 나오고 있다.

 

정당의 존립가치는 국민섬김

일부에서는 그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본격적인 코드 맞추기가 시작됐다고 야단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강성 친박 이정현 대표야말로 종반 레이스에서 얻은 천군만마이다. 이 대표의 일성이 “대통령에 맞서는 게 정의라고 생각하면 여당의원의 자격이 없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꺼냈다. 이처럼 죽이 잘 맞는 코드는 일찌기 없었다.

이 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이 덜 떨어진 참외 꼭지처럼 쓰게만 느껴지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른다. 당과 청와대가 고양이와 개 같은 앙숙 관계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청와대바라기가 돼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은 엄연히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의 구성원이다. 청와대가 이 대표의 출범으로 안도하는 모습인 반면에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비박계를 중심으로 중도신당의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여당 정치판에도 요동이 감지되고 있다. 개와 고양이도 서로의 구역을 지키면서 함께 살아가는 소통의 지혜를 배운다. 각자가 처해 있는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국민을 섬기는 일에 생각을 집중해야 한다.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jongbae1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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