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장 직선제가 본질일까요?
행정시장 직선제가 본질일까요?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6.08.10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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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태형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지난 세월동안 도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사회 변화를 체감했습니다.

물론 일련의 변화를 주도한 주된 원인이 특별자치도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별자치도라는 제도적 기반이 외국자본 투자 유치 봇물 등을 이끌고 국내 이주민 유입 촉진에 한 몫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지난 10년간 특별자치도 무대를 장식한 주인공들에 있어 도민들이 아니었다는 점도 확실합니다. 중국자본과 중국인 관광객, 국내 이주민 등이 변화의 중심인 ‘주연’이라면 도민들은 ‘관객’에 불과한 셈이지요. 특별자치도 10년을 뒤돌아보면서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제주도의회가 발표한 ‘특별자치도 10년 도민 여론조사’ 결과는 새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10년간에 걸친 특별자치도 성과를 돌아보면서 ‘성과’와 ‘반성’이 교차하고, 또 한편으로는 ‘과연 지금 제주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여론조사 내용 중 ‘주연’이 아닌 ‘관객’으로 밀려난 도민들에게 어필된 관심사는 단연 ‘행정시장 직선제’와 ‘교육감 선거방식 및 교육의원 존폐 여부’ 등 선거와 직결된 사안이었습니다.

특히 ‘행정시장 직선제’와 관련해서는 무려 10개 항목을 할애할 정도로 질문 가지 수부터 많았으며, 예상했던 대로 직선제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했습니다.

‘적합한 행정시장 임명방식’에 대해서는 ‘도민 직접 선출’이 61.8%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인사청문회 통한 도지사 임명’ 28.3%, ‘도지사선거 러닝메이트제’ 6.9% 등의 순이었습니다.

‘행정시장 도민 직접 선출방식’에 대한 평가에서도 70.%가 ‘긍정적’이라고 답변한 반면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10.9%에 그쳤으며 ‘보통’은 19.1%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에 현행 ‘행정시장을 도지사선거 러닝메이트로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긍정적’ 25.1%와 ‘부정적’ 32.3%로, 반대 의견이 좀 더 많았습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만큼 기대했던 행정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왔다는 평가가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한정된 예산과 권한으로 이렇다 할 민원을 해결하지 못하는 행정시장은 이전 민선시장과 비교할 때 ‘하늘과 땅 차이’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난 10년간 임명된 여러 행정시장 중 상당수가 의욕을 보이며 자신만의 행정 철학과 노하우로 시정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예산과 권한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각종 현안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고, 이 같은 한계점은 시나브로 시민들의 관심을 멀게 만드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가운데 하나로 ‘행정시장 직선제’가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충분히 이유 있는 대안이라 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본질을 해결하는 대안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듭니다. 행정시장만 선거를 통해 뽑는다고 해서 제한된 예산과 권한이 확보되고 시민들도 관심을 갖게 될까요?

문제는 행정시장 직선제라는 정치적 논리에 휘말려 행정시장 문제가 본질을 잃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우선 필요한 건 행정시장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환경 조성입니다. 굳이 직선제가 아니더라도 현행 체제에서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왜 풀리지 않는 걸까요?

10년 넘게 특별자치도를 제3자 입장에서 지켜봐온 기자 시각으로는 ‘기득권’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일부라고 하겠지만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공직사회에서는 제주도와 행정시를 동등한 행정기관으로 보는 시각보다는 제주도가 행정시의 상위기관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서로 협력하는 ‘공조시스템’보다는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시스템’이 팽배해졌고, 결과적으로 스스로 행정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우를 초래했습니다. 특히 행정시장 권한 및 예산 문제도 어쩌면 행정시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잘못 사용하면서 ‘도청 국장보다 못한 시장’으로 전락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제 도민들의 60%가 행정시장 직선제를 선호하는 본질이 무엇일까 생각해봐야 합니다. 쓰레기 문제와 교통난 등 집행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하는 시장을 원하는 민심을 읽어야 합니다.

도지사 대신 시장을 찾아가게 만들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권한과 예산을 주고 일하게 만드는 공조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새틀짜기를 끝낸 공직사회의 변화를 기대해 봅니다.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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