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해결은 협상이다
갈등 해결은 협상이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8.0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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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순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원장

 

[제주일보] 평화의 섬 제주와 여성, 평화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전국을 강타한 살인, 아동학대, 성폭력, 가정폭력, 상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우리를 혼돈스럽게 하고 분노케 했다.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과 적개심이 위험수위를 넘는 것 같다.

평화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을 하지 않는 평온한 상태이지만, 요즘은 분쟁과 다툼이 없이 서로 이해하고, 우호적이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로 이해된다.

평화학자이자 국제여성평화유지연맹(WILPF)회장인 코주에 아키바야시 교수는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여성·가족정책포럼에서 평화는 단지 전쟁에서만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의 광범위한 측면에 포함된 여성의 정치로부터 배제, 빈곤, 차별, 억압에서의 해방 등을 모두 포괄한다고 했다.

평화에는 반드시 갈등이 따라다닌다. 우리는 흔히 갈등은 평화의 적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평화의 반대가 갈등은 아니다.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 간의 가치관, 생각, 태도 등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데 갈등 상황은 때로는 파괴적일 수 있으나, 합리적 해결을 한다면 개인이나 사회적으로 발전을 가져 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우리가 살아가노라면 다양한 갈등과 만나게 된다. 부부 간의 갈등을 예로 들자면 서로의 가치관, 가족 문화, 성별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사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갈등이 발생한다.

서로 다른 사람이 살면서 갈등이 없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 서로 갈등이 생겼을 때 갈등 해결 기술이 어떤가에 따라 그 부부들의 관계가 더 악화될 지 더 돈독해질 지가 결정된다.

갈등 해결은 대체로 소통의 문제와 직결된다. 소통만 잘하면 문제의 대부분은 해결된다. 소통은 그야말로 서로가 잘 막힘 없이 잘 통한다는 의미이다.

소통을 잘하려면 일단 한 발짝 물러서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서로 간에 의견 충돌이 나고 문제 해결이 잘 안 될 때, 서로 한 템포씩 늦추고 문제가 무엇인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서 문제 정의를 해야 한다.

갈등 해결의 과정은 협상의 과정이다. 서로의 의견 충돌이나 이익 충돌이 생기면 최대한의 절충을 협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많은 사람들이 갈등 해결을 위해 우선 자신의 입장을 상대편에게 피력하는데 온 힘을 쏟는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수용하면 자신이 밀린다는 압박감과 두려움, 불안 때문에 힘이 있는 쪽에서는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식, 약하게 나가면 상대편에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피해의식, 상대적 약자는 약하게 나가면 더 많은 피해를 받게 된다는 피해의식으로 서로가 일단 큰 소리를 치고 보는 식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나 그 결과 쌍방이 이해는커녕 격렬한 분노 감정 표출과 함께 급기야는 폭력 등의 행동으로 비약하게 되고 결국 문제 해결은 뒷전이 된 채 서로 책임 공방만 하게 돼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게 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남성들에게도 그동안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여성성의 가치들, 즉 배려·양육·돌봄· 애착·관계 맺음 등의 정서적이고 부드러움의 가치들을 훈련하고 학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대상에게 자신의 애정과 책임을 가지고 관계 맺음을 하면 공감 능력도 향상되고 공격성이나 적개심도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학습돼 온 여성성으로 평화를 지켜왔던 것처럼, 남성들도 여성성을 학습해 평화를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평화는 단지 전쟁억지를 넘어서서 사람과 사람이 존중받고 서로 배려하고 돌보고 양육하는 사회,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완성되는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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