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 승인 2016.08.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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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자들에게 자주 하는 주문 가운데 하나가 “현장기사가 없다”라는 것이다. 즉 발로 뛰는 기사가 없다라는 말이다. 사실 신문의 지면을 보면 신문간의 차별성을 찾기가 어렵다. 대부분이 관(官)에서 공급하는 보도자료 위주의 기사들이어서 조금 시각을 달리해 게재한 것일 뿐, 그 밥에 그 나물식이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문제는 기자실이다.

1980년대만 해도 기자실은 제주도청과 제주경찰청 등 일부 관청에만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웬만한 관청과 단체치고 기자실이 없는 곳이 없다.

 

발품기사의 실종

기자실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다. 출입처의 입장에서 볼 때 한라산에서 돌을 던지면 기자 머리에 맞는다라는 말처럼 흔한 게 기자인 요즘에, 수 십명의 기자들이 취재한다고 사무실을 훼집고 다닐 경우 아닌 말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다 기자들은 기자실에서 제공해주는 기사를 꼬박꼬박 써주니 얼마나 좋겠는가.

행정이 해야할 대(對) 주민홍보를 알아서 보도해줄 뿐만 아니라 귀찮은 기자들을 기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붙잡아 놓을 수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제도가 없다. 그래서 관청에서는 기자들을 기자실에 묶어 두기 위해 갖은 편의를 제공한다. 더우면 에어컨을, 추우면 난방기를 팡팡 틀어준다.

반면 기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요즘같은 무더위에 사무실마다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신경전을 벌일 필요가 없다. 기자실에 가면 당근같은 보도자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지면을 메꾸어야 하는 기사 부담까지 줄일 수 있어 누이좋고 매부좋은 게 기자실이다.

그래서 신문에는 현장기사가 보기 어렵다. 언제부터인지 기사는 앉아서 쓰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기자들은 회견자의 눈을 보지 않고 오로지 노트북 자판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받아쓰기에 열중하는 모범학생처럼 말이다. 미국 백악관의 기자들이 조목조목 물고 늘어지는 근성은 우리 언론에서 보기 힘들다. 이처럼 기자들의 몸은 갈수록 무거워지면서 발품기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현장에 가봤어?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은 언론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수없이 듣는 말이다. 예를 들어 상급자가 부하직원이 올린 서류를 보며 “현장에 가 봤어?”라는 한마디면 누구든지 꼼짝 못한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고들은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탓이다. 서류상으로만 확인하고 대충 넘어가는 경우는 지금도 일선에서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현장을 무시한 대표적인 사고가 세월호 침몰사고이다. 또한 이 사회에 저질러 지고 있는 많은 비리도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달여전 현을생 전 서귀포시장이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공직자들의 현장확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한 적이 있다. 현 전 시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2년동안 시장임기를 보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모두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42년간의 공직생활을 거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가 남긴 말이 현장이었다.

현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직감은 반드시 현장에서 나온다’는 사실 때문이다. 몸으로 부딪치는 현장에서 성장한다는 말처럼 변화와 성장을 위한 모든 힘이 응축된 곳이 현장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양쪽 시장이 바뀌었다. 누구든지 취임초에는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바쁜 업무에도 시간을 쪼개 현장의 소리를 우선 들으려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서는 시장의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진다.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자만심이 들기 시작하면 집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그러나 현장은 수시로 바뀐다. 어제의 현장이 오늘의 현장이 될 수 없고, 내일의 현장이 결코 될 수 없다. 현장에는 모든 답이 있다. 주민과의 끊임없는 대면과 질문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jongbae1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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