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뜨겁다
8월이 뜨겁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8.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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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제주동서문학회장

[제주일보] 여느 해 보다도 내려 쪼이는 8월의 햇볕이 뜨겁다. 남미대륙에선 100년 만에 찾아 온 최악의 가뭄과 땡볕더위라며 많은 사람들이 열사병과 탈수 증세로 사망하는가 하면 산불로 피해가 막심하다. 그와 반대로 중국의 몇몇 지방에서는 18년 만에 찾아 온 대홍수로 수백 명의 인명피해는 물론 수조 원의 재산피해까지 겹쳐 난리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며칠 전 일부지역에 장맛비가 내려 그나마 다행이지만 제주를 포함한 다른 지방은 아직까지 흡족한 비가 내리지 않아 농촌에서는 가을에 수확할 정성들인 농사가 망치진 않을까 노심초사 하며 마음고생이 심하다. 소나기라 하더라도 농촌에 시원하게 내려 줬으면 좋으련만…. 그러고 보니 곧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눈앞이다. 이제 얼마 없으면 가족과 친족이 모여 조상들의 유택들을 찾아 말끔히 벌초를 해야 한다.

그때까지 불볕더위가 이어지진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추석은 주말과 겹쳐 연휴도 길다. 황금연휴라 직장인들은 벌써 마음이 들떠 있다. 추석은 일 년 중 가장 달이 밝은 날이다. 처음 수확한 햇과일과 곡식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며 일 년의 풍성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가족과 친족 간의 우애를 다지는 날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란 말이 있듯이 추석을 한가위라고도 부른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초기 유리왕 때 6부의 여성들을 둘로 편을 갈라 왕녀가 대표가 되어 음력 7월 16일부터 8월 14일까지 한 달 동안 두레길쌈을 했다고 전해 내려온다.  추석날 대표적인 놀이로는 강강술래를 들 수 있다.

강강술래는 해마다 추석날 밤에 곱게 단장한 부녀자들이 수십 명씩 일정한 장소에 모여 서로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민속 고유의 놀이다. 인류문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에 기여했다는 점과 보존정책을 인정받아 강강술래는 2009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그리고 옛날에는 추석을 전후해 ‘반보기’를 했다. 바쁜 시집살이로 친정 가기가 어려운 시절 그나마 나들이할 수 있는 기회는 추석이 알맞은 시기였기 때문에 추석 때 중간쯤에서 친정식구들을 만나 서로 고단한 삶을 위로하면서 장만해 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기다가 저녁에 헤어졌다.

겨우 한나절 정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온보기’가 못 되고 ‘반보기’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한가위는 생각만 해도 우리의 마음을 풍성하게 만든다. 뜨거운 8월이 빨리 가고 높은 곳에서 파란 하늘을 안고 서늘한 바람과 함께 가을이 성큼 다가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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