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지 줍는 것도 젊은 사람과 경쟁, 난방비 마련 막막"
"페지 줍는 것도 젊은 사람과 경쟁, 난방비 마련 막막"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5.12.09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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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철 가격 폐지 절반 수준 하락…한정된 폐지 경쟁 심화

“이젠 폐지 줍는 것도 젊은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해. 난방비라도 좀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 추운 겨울밤을 어찌 보낼지 막막해.”

9일 서귀포시 서귀동에서 만난 강모 할머니(71)는 네 바퀴가 달린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슈퍼마켓 등지를 돌아다니며 가게 앞에 놓인 폐박스를 주웠다.

하지만 인근에서 화물차 소리가 들리자 불안한 눈빛을 보이며 재빠르게 들고 힘든 발걸음을 옮겼다.

강 할머니는 “예전에는 폐지를 줍는 노인들만 있어서 힘들기는 했지만 난방비를 해결했었다”며 “하지만 이젠 40대나 50대 젊고 살만한 이들까지 고철 가격이 내려가자 폐지까지 주우러 다녀 폐지 줍기가 하늘의 별 따기야. 온종일 돌아다녀도 3000원 벌기도 힘들어”라고 토로했다.

사정은 제주시 이도2동에서 재활용품 등을 모아 생활하는 김모 할머니(78)도 마찬가지.

집 앞에서 폐지를 정리하는 김 할머니는 “고철 가격이 떨어지자 화물차를 타고 폐지까지 주우러 다니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클린하우스에서는 심심찮게 몸싸움도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폐지 가격이 고철 가격을 웃돌면서 생계를 위해 한정된 폐지를 줍고 있는 이들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서귀포시 대륜동에 있는 한 고철상에서는 이날 폐지 1㎏에 80원 수준을 받고 있었다. 반면 고철 가격은 1㎏에 폐지의 절반 40원 수준.

올해 초 130원에서 90원, 60원으로 떨어지더니 결국 4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고철상 관계자는 “고철 1㎏을 40원에 사서 압축.분류 공장으로 60원을 받고 보내는 데, 이마저도 운송비와 인건비를 제하면 오히려 적자”라며 “고철 수집도 30% 이상 줄어서 쌓아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고철 가격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괜찮았는데 고철이 중국에서 수입되고 육지 건설 경기가 나빠지니 가격이 하락했다”며 “고철 가격이 좋을 때는 길거리 맨홀 뚜껑까지 훔쳐다 판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고권봉 기자  kkb@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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