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과 탐욕의 끝
집착과 탐욕의 끝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6.07.27 20: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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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신정익기자] 대한민국이 ‘탐욕(貪慾)’이 드리운 긴 그림자로 얼룩지고 있다.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학문의 깊고 얕음에 관계없이 양심과 염치를 내팽개친 이들이 횡행하는 것을 봐야 하는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자괴감까지 든다.

‘소년등과(少年登科)’에 비유되면서 엘리트 코스로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젊은 검사장의 뇌물 행보는 기가차서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그와 지근거리에서 권력의 중심으로 진입한 또 다른 검사 출신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이 차고 넘쳐 친정 문턱을 넘어야 할지 모를 처지다.

이들의 공통점은 권력에 재물까지 모두 쥔 자칭타칭 ‘상류층’이라는 사실이다. 일그러진 ‘상류층’의 모습을 연일 미디어로 접하는 필부들은 정말 대한민국의 역사가 퇴행(退行)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권호문은 ‘송암집(松巖集)’에 수록된 ‘축묘설(畜猫說)’에서 국민이 낸 혈세로 녹을 받는 관리들의 몸가짐에 대해 일갈했다.

‘나라에서는 주는 옷을 입고, 나라에서 내리는 식량을 먹으면서 그 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어찌 내가 키우는 고양이에게도 부끄럽지 않겠는가(衣君衣 食君食, 不修其職者,寧無傀於吾猫呼).’

국록을 주면서 국태민안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 믿었던 공직자들이 쥐와 같은 짓을 서슴지 않는 것을 빗대 권호문은 고양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직자가 될 것을 주문했다.

얼마 전 구속된 현직 검사장의 비리를 보면 권호문의 경구(警句)가 수긍이 된다. 진경준씨의 얘기다.

대학 3학년 때 사시에 합격했고 이듬해 행정고시에도 붙은 그는 동기 검사들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으로 연수원을 나와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딱 20년 전인 1996년 7월 27일 혈기왕성한 20대 후반 서울지검 형사부 검사 시절 6000원짜리 태백행 열차 암표를 1만원에 판 40대를 철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해 당시 언론에 이름이 올랐다.

그랬던 그가 20년이 지나 후안무치한 비리 공직자로 만천 하에 낙인이 찍혀 영어(囹圄)의 신세로 전락했다. 그에 대한 의혹은 공직자 재산공개가 이뤄진 지난 3월부터 불거졌지만 거짓으로 일관했다. 최소한의 양심도 없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인 우병우씨의 앞날도 지금까지처럼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이 양파껍질 벗기듯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들보다 앞서 국민적 공분(公憤)의 대상이 된 후 구속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씨는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해 엄청난 수임료를 올리고도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았다. 국민들은 구속된 혐의보다 세간에 퍼진 의혹이 더 엄중하다고 생각하지만, 검찰 수사는 더 나가지 않았다.

2008년 8월부터 신임 검사들은 ‘검사선서’를 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로 시작되는 ‘검사선서’는 구구절절 신념이 넘쳐난다.

‘정의와 인권을 바로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검사의 역할이라고 정확하게 말한다.

진정 검사다운 검사의 유형도 나열했다. ‘불의와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를 지향한다고 했다.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간호사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겨 해가 되는 일은 추호도 하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검사선서’는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거악(巨惡)을 척결하라는 국민적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겠다는 선언적인 다짐인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거악이 돼버린 이들에게서 ‘검사선서’에 나오는 검사의 유형은 아무리 봐도 찾을 수 없다.

권력에 대한 부나방 같은 집착과 재물에 대한 탐욕의 끝을 우리에게 보여줄 뿐이다.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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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2016-08-03 11:12:55
정치인,또는정치 검사 또는검사출신 ... 비X,친X, ... X문,X문, ...X 안....
이젠 말만들려도 역겹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