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공의 敵’을 보다
다시 ‘공공의 敵’을 보다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5.12.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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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법률 밑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만약 자유를 남용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단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사회는 자립할 수 없을 것이며 나아가 다른 사회의 노예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또 다시 자유를 바랄 수 있겠는가. 참된 자유는 반드시 복종할 줄 안다. 복종이란 무엇인가. 법률에 복종하는 것이다.

량치차오(梁啓超). 중국 근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었을 중국 사상가의 한 사람이다. 1898년의 개혁운동에 실패한 뒤 일본으로 망명, 요코하마에서 발행되던 월간잡지에 그 유명한 ‘신민설’을 남겼다. ‘신민설’은 중국을 근대적 민족국가로 건설하기 위한 그의 정치사상서다. 이 사상서에서 량치차오는 ‘자유’와 더불어 ‘공공의 적(公敵)’에 대한 논리를 중국인들에게 설파했다.

 

"다시 못 돌아와도 좋습니다. 나쁜 놈 잡을 수 없는 검찰이면 다시 안돌아옵니다"

“법대로 하자구요? 법대로 해서 착한 사람들 괴롭히는 나쁜 놈들 잡지 못하면요. 힘없는 착한 사람들이 고통 받고 그런 사람들 괴롭히는 돈 가진 놈들이 악용하고 최소한의 상식으로 나쁜 짓 하는 놈도 심판하지 못하는 그런 법이라면요...(다시 못 돌아 온다고 해도 내가 해결하겠습니다)”

세 번째 이 영화를 보았다.

많은 명 대사를 남긴 영화 ‘공공의 적 2’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설경구(강철중 역)가 자신의 상관에게 ‘성질머리’를 버리지 못하고 막하는 말이다.

어떻게 해서든 법을 무시하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나쁜 놈’을 결국 때려잡는, 정의(正義)가 승리한다는 결말이다. 한편으로 보면 권선징악의 당연한 귀결이지만 결국 ‘나쁜놈’을 잡아 정의를 지키는 것은 검찰이라는 클로징(대미·大尾)이 있었기에 검찰 또한 이 영화제작을 직·간접 지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는 결국 우리사회에 ‘공공의 적’이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상관이 덮어’ 지시한다고 검찰수사가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검찰 외부의 법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다양한 의견들 듣고 논의해 원칙있 는 수사를 할 것이다. 이같은 검찰의 노력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다. 국민공 감을 얻어야 검찰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그래야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총장 취임 한달 전 한 중앙일간지 기자에게 밝힌 포부다.

지난 2일 열린 취임식에서 김 총장은 중국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소개하면서 “수사의 객관성·공정성은 검찰의 존재 이유이며 지켜야할 절대 가치”라고 했다. 김 총장은 “검사들에게 ‘겸손’을 주문할 것”이라며 “앞으로 검찰의 캐치프레이즈는 ‘원칙을 지키되 자세를 낮추자’가 될 것”이라고 말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앞으로 검찰이 변화상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제주사회 역시 불법과 탈법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법정에서 법절차에 따라 진행된 정당한 결과가 무시되는가 하면 심지어 재판부의 결정조차 아전인수식으로 해석, 멋대로 하는 말 그대로 ‘법 경시 현상’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이는 ‘법을 따르면 손해보고’, ‘무대포가 상책’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영화 ‘공공의 적2’에서 주인공 강철중 검사가 상관에게 거칠게 쏟아냈던 “법대로 해서 착한 사람들 괴롭히는 나쁜 놈들 잡는 검찰‘을 떠올리게 된다.

검찰에겐 늘‘정치검찰’이라는 꼬리표가 따르고, 이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 정작 검찰조직을 욕먹게 만드는 ‘정치사건’은 전체 사건의 1%도 채 안 된다. 이는 대부분의 검사들은 묵묵히 사회비리에 맞서 이를 바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정도라도 이 사회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 ‘정의’. 가뜩이나 어지러운 요즘. 그 ‘정의’가 무엇이고, 우리사회를 위한 검찰의 의무가 어떤 것인지 곰곰이 되새겨 봄도 좋을 듯싶다. 이번 주말엔 영화 ‘공공의 적 2’에 빠져보자. 포스터는 이렇다. “기다려, 너 잡는다. 꼭”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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