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가꾸기, 농촌에 도시형 구축물 만드는 게 아니다
마을 가꾸기, 농촌에 도시형 구축물 만드는 게 아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5.12.0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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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①, ② 독일 지몬스발트의 운터조흐마을. 물레방아를 돌려서 전기를 생산하고 지역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나무·잣방울)를 이용한 공예체험과 공예품들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③,④ 일본 유휴인마을. 마을공동체가 상권을 만드는 등 농촌 재생의 모범적인 사례로 각광받으며 한국 견학 팀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⑤ 프랑스 오통마을의 말농장. 농가에서 승마 국가대표를 양성할 만큼 승마산업이 보편화 돼 있다. 예약 없이는 많은 말이 쉬고 있어도 승마를 할 수 없다. ⑥, ⑦ 스위스 애시마을. 고사목을 이용한 조각과 버려지는 나무로 만든 작은 아이디어들이 눈길을 끈다. 사소한 것까지도 함부로 하지 않는 정성을 엿볼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살아남거나 공존하기 위해서 공동체라는 시스템 안에 있다. 부분적으로 EU(유럽연합),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등등….

모두가 국가의 공동이익을 위해서 만들어진 공동체들이다. 또한 가족공동체, 신앙공동체, 지역공동체, 학교공동체 등 나열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고 끝까지 붕괴되지 않고 남아야 할 공동체가 마을공동체 즉 농촌공동체일 것이다.

마을이라 함은 사전(辭典)적 의미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주로 농어촌 지역을 말한다’라고 규정지어지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접어들면서 마을이라는 개념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 탈농·이농의 시대에서 귀농·귀촌의 시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마을은 다양한 사고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 그들의 역량을 모으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을 말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수도인 서울과 부산 등 광역도시마다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한단다. 결국 과거 사전에 등재된 마을이라는 의미는 크게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이 기획을 통해 진정한 마을 가구기 사업의 방향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2000년대 초부터 우리 농촌마을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상향식 사업이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를 경험하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음은 훈련과 학습이 돼 있지 못함을 이야기 하는 것이리니….

녹색농촌체험마을, 전통테마마을, 정보화마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 2013년 말까지 중앙정부로부터 2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지원받고 사업을 진행한 농촌마을이 2000여 곳, 40억원 이상 지원받은 권역 사업도 600여 개 권역. 이렇게 많은 마을들이 사업을 전개했음에도 본래의 목적에 맞게 사업을 하거나 유지·관리가 되고 있는 곳은 불과 6% 미만(행정지표상으로는 20% 정도라고 함)이라 한다.

안타깝게도 준비가 되지 않은 마을에 사업비가 투입되고 말았던 것이다. 아직도 내륙지방의 농촌마을에는 일단 사업을 유치하고 보자는, 정부 지원금을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사고를 가진 리더들이 있다고 한다.

모든 농촌 마을 사업들은 그 목적이(명문화가 돼 있든 그렇지 않든지 간에) 농촌다움의 유지 보전을 위해서 기초생활기반을 구축하고 경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들의 역량을 강화시켜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소득 증대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그 농촌다움의 유지·보전이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결국 궁극적인 목적인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애물단지인 구축물들만 양산하고 있다.

작년에 제주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이 1270만명을 넘겼고 올해는 13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한다. 관광 산업이 제주 전체의 GRDP(지역내총생산)의 53%를 차지하고 있어 정책적인 비중이 점점 증대될 수밖에 없지만 그 수혜를 우리 농촌·농업이 얼마나 얻고 있는지.

감귤산업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고 양채류 및 월동채소 농가는 점점 힘들어지는 등 농촌공동체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제주도정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단순히 머리 숫자를 늘리는 것이 과연 지역 전체의 균형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이제 우리의 마을들도 살펴봐야 한다.

세계 관광 대국을 많이 보유한 유럽의 사례를 우리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농촌의 극심한 탈농으로 농촌공동체의 붕괴가 시작될 때 농촌마을의 유지와 활성화를 위해 ‘농촌에서 휴가를, 농촌에서 민박을’ 외치면서 주민 스스로 농촌 관광을 주도하도록 했다. 그 역사가 70년이란 노하우로 축적 됐다.

일본 농촌의 경우도 유럽 농촌을 배우며 마을 가꾸기 사업의 경험을 쌓은 기간이 이미 30년을 넘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배우고 새로운 우리의 모델을 창출하려 하지만 겨우 10년을 넘어서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에게서 배워야 할 가장 핵심적인 것은 농촌에 도시형 구축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 문화를 그들만의 색깔로 만들어 왔던 것이다.

2014년 프랑스를 여행한 외국인 관광객은 8370만명. 어마어마한 숫자다.

더구나 그 가운데 37%가 프랑스의 농촌을 꼭 방문해 과도한 스트레스로 피로해진 심신과 영혼을 달랜다. 즉, 힐링을 위해 농촌을 찾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농어촌이 1차농수산물 등 단순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 생태와 환경이 곧 힐링 상품이라는 것을 우리는 제대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다만 도시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우리의 농어촌을 찾게 하려면 그에 걸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마을 사업을 공모할 때에는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사업을 하라고 하지만 정작 마을들은 비슷비슷한 사업들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준비 할 수 있는 시간은 짧은데 주어진 시간에 사업비는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업을 추진하는 마을의 리더나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희망을 버려선 안 된다. 우리 농촌 마을들이 마을 가꾸기에 대한 본질적인 목적을 이해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한다면 제주 농어촌 마을들의 활성화는 물론 도시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품격 높은 관광 도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래야만 농업부가가치를 증대시키는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모든 농촌마을들이 그들만의 맛과 멋, 색깔과 향기를 만들어 나간다면 참 좋겠다. 제주형 마을 가꾸기는 그렇게 준비하고 시작돼야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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