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몰이
공안몰이
  •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 승인 2016.07.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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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공안몰이가 또 나왔다. 사드 배치를 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경북 성주에서도 정부의 ‘전가의 보도(寶刀)’ 같은 공안몰이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공안몰이가 나오면 문제의 본질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그때부터 외부세력 개입과 종북으로 흘러 정부의 국책사업은 순풍에 돛을 달듯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벌써 외부세력 프레임은 시작됐다. 강정 해군기지에서도 그렇고, 밀양 송전탑 건립에서도 그렇다.

한번 생각해보자. 내 집 앞에, 내 마당 앞에 거대한 레이더를 짊어진 사드가 배치된다고 하면 가만히 앉아서 정부가 주는 보상이나 감사히 받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그것도 평생을 일궈온 땅에 참외를 심어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순명처럼 살아온 이들에게 사드는 무엇인지 외부자들인 우리들도 가슴에 손을 얹어보면 이해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쓰레기통이 내 집 앞도 아니고 내가 다니는 길에 설치돼도 냄새나고 시끄럽다고 치워달라는 민원이 쇄도하는 게 지금의 세상이다.

 

날벼락같은 사드

그런데도 아직 제대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는 괴물같은 사드가 마을 뒷산에, 그것도 걸어서 수십분이면 도달할 코 앞의 거리에 떡 버티고 서있는다면 매일 그것을 바라봐야 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옳게 헤아려들 봤는지 묻게 되는 것이다.

국책사업마다 나오는 것이 폭력시위이고, 불순 외부세력개입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들은 받아쓰기에 바쁘다. 아니, 찾아내어 쓰고 있다. 이에 현혹된 일부 사람들은 국가의 안위와 평화를 위하는 국가적인 사업에 왜 반대하느냐는 식으로 성주 땅을 바라본다.

일방발표, 주민반발 그리고 주민시위, 이어서 강경진압과 공안몰이 그리곤 사업 강행 등이 지금까지 정부가 벌여온 한결같은 패턴이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줄곧 써왔던 방법이다. 그러기에 처음부터 소통과 협의는 정부의 메뉴얼에 없었다. 성주라고 예외일 수 없다. 국가안보와 안전이 최우선일 뿐이다.

그러나 참외를 심는 농민들이라고 모두가 몽매한 백성만은 아니다. 비록 성주는 대한민국 경상북도 작은 군(郡)단위 마을에 불과하지만 성주는 그 땅에 터잡아 살고 있는 이들의 목숨과도 같은 곳일 것이다.

그럼에도 계란을 던지고 물병을 던졌다고, 국무총리 차량을 막았다는 게 무슨 세상난리처럼 경찰을 동원하고 주동자를 밝혀 처벌하겠다는 정부가 온전한 것인지, 아니면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 내리듯 아무런 예고없이 성주땅에 사드를 놓겠다고 발표한 정부에는 일말의 잘못은 없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리 사드를 들여놓고 싶다는 절박감이 앞섰다해도 국방장관이라는 이가 국회에서 ‘사드는 일개 포병중대일 뿐’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국민을 지적 수준이 낮은 지진아로 보는 그의 시각에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또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국민을 갈라놓는 안보정책

시위꾼이 붙어 순수한 농민의 군중심리를 이용한 정황이 있었다고 퍼뜨린 성주 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자 전 상주군의회의장 이재복은 하루도 되지 않아 성주주민들에 의해 공동위원장직에서 쫓겨났다. 사실 황교안 국무총리의 성주방문은 예고도 없이 일어난 일이어서 격앙된 주민들의 감정에 불을 지른 꼴이었다.

김안수 공동위원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 때문에 주민 모두가 당황하고 표현방법을 몰라 일어난 일이라면서 성주주민들을 결코 폭도로 보지 말라고 호소했다.

국무총리가 물병을 맞고 계란을 맞은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국정을 이끄는 총리라면 그보다 더 한 것도 맞을 준비가 돼야 한다. 오히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는 어떤 수모도 감수하며 주민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외부세력자에 대한 경찰수사를 중단시키고 성주를 다시 찾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어느 누가 그랬다. 국민을 갈라놓는 안보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jongbae1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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