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백년의 신화’전, 그리고 아쉬움
‘이중섭,백년의 신화’전, 그리고 아쉬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7.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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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순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종합예술센터 TF팀장

얼마 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중섭 탄생 100년을 기념한 기획전 ‘이중섭, 백년의 신화’를 보고 왔다.

이중섭이 한국전쟁 당시 서귀포에 피란와서 세 들어 살던 초가 근처에서 그린 ‘섶섬이 보이는 풍경’을 비롯해 ‘황소’ ‘길 떠나는 가족’ 등 유화 작품, 그림 그릴 종이가 없어 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 이중섭의 부인 이남덕 여사가 서귀포시에 기증한 이중섭의 팔레트 등 유품, 각종 아카이브 자료 등 이중섭의 생애를 기릴 만한 모든 자료가 망라돼 있었다.

과연 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국민화가’ 이중섭(1916~1956) 탄생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공립 미술관에서 최초로 열리는 대규모 이중섭 회고전이라고 할만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조선일보사, 서귀포 이중섭미술관과 함께 개최 중인 이번 회고전은 국내 미술계 인사와 함께 1년 여 동안 준비해 국내외에 흩어져 있던 이중섭의 귀한 작품을 모았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중섭의 은지화 3점을 소장하고 있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비롯해 총 60개 소장처로부터 200여 점의 작품, 100여 점의 자료를 대여했다. 국내에서 이렇게 많은 이중섭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서 전시회를 여는 것은 30년 만이라고 한다.

전시는 식민통치와 8·15 광복, 6·25 전쟁을 관통하며 고달픈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이중섭이 거쳐 간 ‘시공간’을 따라 선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품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부산·제주도 피란 시기’ 작품이 첫 전시실에 전시됐고 전쟁 직후 최고 절정기 작품을 남겼던 ‘통영 시대’, 가족을 그리워하며 수많은 편지와 가족 그림을 남긴 ‘서울 시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제적 궁핍과 절망 속에서 정신적 고통에 휩싸였던 ‘대구와 서울(정릉) 시대’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전시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에 출품된 작품과 자료를 소장가의 허락을 받아서 기가픽셀 촬영, 디지털스캔 작업 등을 통해 전시장에서 영상으로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각종 사진과 영상 데이터를 영구 기록, 보존해 향후 이중섭 연구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서귀포시도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1월부터 제주청년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2016 청춘의 계단’을 비롯해 3월 이남덕 여사가 소유한 편지 등 미공개 자료를 선보인 ‘운명의 현해탄, 아고리와 아스파라가스의 사랑’, 5월 제27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자인 강요배 화백 초대전, 연극 ‘길 떠나는 가족’ 공연을 마련했다. 7월에는 특별기획 전시와 무용 ‘달과 까마귀-이중섭 이야기’ 공연이 열렸고 9월 본 공연에 앞서 6월에는 프리뷰로 서귀포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100년 기념 창작 오페레타 ‘한국의 화공-중섭’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서귀포시는 앞으로 이중섭 세미나, 이중섭 예술제, 탄생 100년 학술 심포지엄 등을 열어 이중섭의 생애와 작품을 조명함으로써 2016년을 ‘이중섭의 해’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이 같은 이중섭 탄생 100년을 기리는 문화예술 행사를 통해 ‘이중섭의 공간’으로 서귀포시가 각인되길 소망한다.

그런데 이중섭 탄생 100년을 기리는 핵심 사업으로 생각되는 이중섭 회고전을 제주에선 볼 수 없다. 그를 기리는 유일한 미술관이 서귀포에 있고 이 이중섭미술관이 ‘이중섭-백년의 신화’전에 공동 주최로 이름을 올렸음에도 말이다.

서울에서의 이중섭 회고전을 제주에서 이어받아 열 수는 없었을까? 2014년 12월 기념사업회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발족했을 때만 해도 이중섭과 인연이 있는 부산, 통영, 대구 등지의 부러움을 샀다. 정작 이중섭 회고전은 덕수궁관 전시가 끝나면 10월 부산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중섭 탄생 100년 기념사업이 서귀포시만의 행사를 뛰어넘어 제주도정과 충분한 교감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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