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정의, 어디로 감수광
조세정의, 어디로 감수광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07.1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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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무덤까지 쫓아간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말처럼 세금이 무덤까지 쫓아갈 순 없다. 사망자가 납부하지 못하면 상속자에게 부과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말이 생긴 것은 세금은 국민의 의무로, 반드시 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세금문제로 7월의 제주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러다가 세금을 내기 위해 과수원을 팔아야 하는 것 아냐. 감귤 값은 이 모양 이 꼴 인데 땅값은 치솟고, 난데없이 세금까지 덩달아 늘고, 차라리 과수원에 달려 있는 감귤로 가져가라고 하면 안 되나” 며칠 전 시내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데 인접 식탁에서 식사 중이던 일행 가운데 한명이 내뱉은 말이다.

7월 정기분 재산세 납부시기를 맞아 제주 곳곳에서 이처럼 늘어난 세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올해 재산세 인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지만, 실제 재산세 고지서를 접해 본 도민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창백해 졌다. 솔직히 일부는 시장이 보낸 재산세 고지서를 뜯어보기가 두려웠다고도 털어놨다. 떨리는 손으로 고지서를 개봉한 납세자들은 대부분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당황스럽고 한편으론 체념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땅값 폭등이 낳은 후유증이다.

 

#지방세 연간목표 벌써 초과

제주시는 이달 초 ‘벌써 지방소득세 목표액 초과 달성’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 놨다. 이 자료를 그대로 보면 제주시는 올해 지방소득세 징수목표액이 1002억원으로, 지난달 말 1023억원을 징수했다고 밝혔다. 제주시는 나아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말까지는 50%이상 증가한 1500억원의 지방소득세가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시는 이에 앞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823억원의 지방소득세를 거둬들였다.

올해 제주시의 지방소득세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특정 법인의 제주 이전도 한몫했지만 주원인은 활발한 토지거래와 땅값 상승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이달 정기분 재산세 459억750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지난해 보다 14.5% 늘어난 규모로, 부과건수는 28만1908건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서귀포에 부과된 재산세는 137억3200만원.

제주 제2공항 건설 등의 영향으로 토지거래 광풍이 불었던 서귀포지역의 올 7월 정기분 재산세는 지난해 보다 15.6% 증가했다. 제주시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크다. 이처럼 재산세가 늘어난 것은 단연 땅값 상승이 주원인이다.

재산세는 7월에 50%가 부과되고 이어 나머지는 오는 9월 이들 가정에 배달된다. 농촌에서 7월과 9월은 자금쓸 곳은 곳곳에서 튀어나오지만 이를 막을 마땅한 수입원은 없다. 결국 은행 문지팡을 넘게 된다.

서민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생산성 떨어져도 세금은 늘어”

제주도는 최근 2015년산 감귤 조수입이 602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4년산 조수입(6707억원)과 비교해 685억원 줄었다. 2013년산 901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년 연속 감소세다. 특히 노지 감귤 조수입은 2013년산 5264억원에 달했지만 2년 만에 반타작 수준인 2924억원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처럼 줄어든 수입을 남긴 땅값은 뛰었고, 세금은 늘었다. 농민들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2016년 7월 이게 현실이 됐다. 지난해 감귤가격 폭락을 비롯해 월동 채소류 등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장에서 토지의 생산성을 오히려 떨어졌는데 토지관련 세금을 더 내라고 한다면, 이는 분명 문제다. 특히 자신의 재산가치 상승이 납득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나 아닌 다름 사람들 때문’에 이뤄졌다면 이는 더더욱 세금에 대한 거부감을 높게 만들 수밖에 없다. 땅값을 끌어 올린 당사자들에 대해서는 냉혹하리만치 엄정한 과세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성실하게 자신의 땅에서 땀 흘려 온 서민들까지 세 부담을 짊어지게 해선 안 된다. 능력과 형편에 맞게 공평하게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게 조세정의다. 한편 이번 고지된 재산세를 납기 내에 내지 않으면 3%의 가산금까지 내야 한다.

서민들 밤잠 설치게 하는 게 하나 더 늘었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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