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뒤범벅’, 제주교육의 두 얼굴
‘납 뒤범벅’, 제주교육의 두 얼굴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07.07 18: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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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합니다. 옛 성현들은 백년을 기준으로 할 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마음껏 뛰놀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대부분의 운동장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돼 도민과 학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1년전 인 지난해 4월 20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제주도의회 교육행정질문에 나섰던 강연호 의원의 질문 중 일부다. 제주지역 초·중·고교 운동장은 물론 아이들이 뜀박질하는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 성분이 검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내 172개 학교 가운데 절반이 넘는 96개 학교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 성분이 검출됐다. 이 같은 제주도교육청의 발표만 놓고 볼 때 초·중·고교 운동장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 성분이 검출된 게 처음처럼 다가온다. 제주도교육청은 현재의 실상은 밝혔지만, 그동안 뭘 하다 이제야 파악하게 됐는지는 말끝을 흐렸다.

 

#3년전 ‘징조’ 불구 복지부동

“인조잔디 (학교)운동장의 유해성을 전수 조사해야 하며, 검사결과 우레탄 트랙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조치가 시급하다”  3년전 인 2013년 10월 이석문 당시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이 제주시 동광초등학교 운동장에 깔린 인조잔디에 대해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이 실시한 유해성분 조사결과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한 말이다.

당시 이 학교 인조 잔디 운동장에선 기준을 초과하는 kg당 105.7mg의 납 성분이 검출됐다. 이 의원은 당시 “학교 및 유치원 놀이시설과 공원 및 마을 놀이시설에 대해 교육당국과 제주도가 예산을 부담해 전반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교육은 당시 예산타령을 하면서 문제에서 비켜섰다.

이 의원은 현재 제주교육의 수장이 됐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에는 제주지역 29개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모두에서 납이 기준치를 높게 나온 것으로 조사했다. 이번에는 국회의원을 통해 이 사실이 공개됐다.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이 결과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에 대해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빠른 시일내에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교육은 이에도 등을 돌렸다.

 

#심각한 뇌질환 25% 목숨 잃을 수도

‘납 중독(lead poisoning)’ ‘납은 주로 사람의 뼈 속에 축적됐다가 아주 서서히 혈액으로 나오게 된다. 방치하면 조혈기관의 기능 장애로 빈혈, 신장 기능 및 생식기능 장애 등의 심각한 중독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뇌에 축적되면, 사지마비 실명 정신장애 기억력 손상 등 심각한 뇌질환을 일으키고 그 중 25%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는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소개된 ‘납 중독’이다.

어린학생들이 기준치를 초과한 납 성분이 뒤범벅인 학교 운동장 트랙 위를 무방비 상태로 뛰어 놀게 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그 같은 일이 한두 곳이 아닌 제주지역 100곳 가까운 학교에서 실제 일어났다. 철석같이 학교를 믿고 아이를 학교에 보낸 수많은 학부모들의 가슴이 미어진다.

제주교육은 이제야 관련시설을 폐쇄했다. 그리곤 또 예산 타령이다. 지도자는 중대한 정책을 결정 할 때 대중들로부터 평가 받게 된다. 자신에게 부여된 고유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21세기 최악의 정치 지도자로 낙인찍힌 사람이 바로 브렉시트를 자초해 영국을 세계에서 고립시킨 캐머런 총리다.

캐머런은 비단 국가뿐만 아니라 특정 조직 또는 단체의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를 잘못했을 경우 자신뿐만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면교사의 상징인물이 됐다. 1년 전 강연호 제주도 의원의 질문에 이석문 교육감은 “의견을 수렴하면서 좀 더 방법들을 찾겠다”고 답한 것으로 제주도의회 의사록은 기록하고 있다.

이 교육감의 당시 답변에도 ‘지금’은 빠졌다. 당장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에둘러 넘어갔다. 그런데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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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2016-07-13 13:38:01
그렇게 학교 운동장의 납성분은 확인되고... 며칠 후부터 학교 운동장엔 들어가선 안된다는 금줄이 내걸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운동장에서 놀 수 없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속히 아이들이 자유로운 학교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