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1박 2일
함께 하는 1박 2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7.0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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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 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가정법원, 가사재판 법정이 열리는 지방법원과 지원에서는 이혼과 이혼 후 소송을 진행하는 당사자들과 가족들을 위해 제공하는 후견 프로그램이 많다. 그 가운데 1박 2일의 캠프를 빼놓을 수 없다.

필자가 참여했던 캠프만해도 부부 갈등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부부 캠프’, 부모의 이혼 소송으로 헤어져 지내는 비 양육 부모와 자녀들이 참여하는 ‘비 양육 캠프’, 부모의 이혼 소송을 경험하고 있는 자녀들을 위한 ‘아동 캠프’, 재혼 가정을 위한 ‘재혼 가정 캠프’ 등이 있다.

법원의 위탁을 받아 캠프를 진행하고자 하는 기관을 선정하는 심사위원도 해보고 실제 캠프를 준비하는 진행자도 해 본 결과 캠프를 통해 얻는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법원에서 주최하는 캠프에 가사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가족들을 적극 독려하여 보내는데 앞장선다.

특히 법원에서 주최하는 캠프 가운데 백미는 비 양육 부모와 자녀가 함께 1박 2일의 시간을 보내는 ‘비 양육 캠프’를 꼽을 수 있다.

남편·시댁과의 갈등을 심하게 겪다가 집을 나와 이혼 소송을 제기한 아내 하늘씨는 그 과정을 겪는 1년여 동안 아들을 보지 못했다. 아이를 보게 해달라고 집에 찾아 갔지만 되레 ‘집을 버리고 나간 사람이 어딜 들어오느냐’는 차가운 문전박대에 눈물로 돌아서곤 했다. 하늘씨와 그의 아들 바위도 법원에서 가사 상담을 받다가 비 양육 캠프에 참여했다.

남편과의 불화를 견디다 못해 딸을 데리고 자신의 본가로 내려온 달님씨,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 딸 별이를 보면서도 이제 이혼 소송을 막 시작한 터라 딸이 아빠를 만났다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남편이 별이를 보여 달라는 요청에도 법으로 해결하자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별이와 아빠도 가사 상담을 통해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아이를 캠프에 보낼 때 양육 부모는 불안해 진다. ‘아이가 상대방 부모와 친해져 자신에게로 오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혹은 ‘ 하루 밤을 보내며 상대방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에 대한 험담을 해서 아이가 자신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면 어떻게 하나’ 라는 등의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사 상담 중 부모 양육 코칭을 통해 아이 입장에서 부모의 이혼을 바라보게 되면서 양육 부모는 자신의 불안보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아이가 비 양육 부모에 대한 그리움에 목말라 있고, 비 양육 부모와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슬픔 또는 반대로 비 양육 부모에 대한 미움을 가진 채로 살아가는 것이 자녀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불안을 내려 놓게 된다. 부부는 헤어져도 부모의 역할은 영원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하룻밤 아이와 헤어져 있으면서 비 양육 부모 역시 그동안 얼마나 아이를 그리워 했을지 그 마음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

오랜만에 자녀를 만난 비 양육 부모도 어느 새 훌쩍 커버린 아이를 보며 아이를 건강하게 돌보아 주는 양육 부모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게 된다. 비로소 두 사람의 소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통로가 열린 것이다. 캠프 전 언제 어디서 만나 아이를 마중하고 배웅할 것인지, 돌아와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서로의 감정 때문에 차마 보지 못했던 아이의 심정을 느끼면서 두 사람은 부모로 거듭나는 시간을 당겨오게 된다.

캠프를 준비하는 진행자들도 몇 날 며칠을 모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수고를 해야 한다. 잘 구성했다고 생각했다가도 참가하는 자녀의 연령 대가 변경되면 다시 또 수정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의견 조율을 하며 여러 번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필요한 물품들을 사러 직접 장을 보는 발품도 팔아야 한다. 가족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들을 포장하며 어느 새 깊어 버린 밤시간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참여하는 가족 앞에서는 마음 전문가라고 나서야 하지만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 속에서 하나씩 양보하고 배려해 가는 농밀한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도 더욱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혼자서는 어렵다. 결국, 함께 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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