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남양군도의 역사에서 미래를 생각한다
잊혀진 남양군도의 역사에서 미래를 생각한다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6.06.3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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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윤 제주대 교수 저서 '남양군도-일본제국의 태평양 섬 지배와 좌절'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같은 시대에 존재했지만 낯선 공간 남양군도(南洋群島). 일본 제국주의를 통해 한국인의 역사와 연결된 곳. 지금은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진 이 곳을 다시 되살리려는 노력이 일본과 한국에서 일고 있다. 일본은 제국 일본의 추억을 되살리고 사그러진 ‘남진론(南進論)’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서이고 한국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의 참혹함과 제국주의 피해자인 섬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그 작업의 시작점에 선 조성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남양군도-일본제국의 태평양 섬 지배와 좌절’(동문통책방, 214쪽, 1만6000원)은 제국 일본의 지배 아래 놓인 전쟁터였던 남양군도의 역사를 문헌만이 아닌 현지조사 방법, 특히 구술사 방법을 통해 전쟁에 대한 기억을 조사하고 이를 통해 현지 주민들의 삶을 재구성함으로써 제국의 관점이 아닌 현지 주민, 오키나와인, 조선인의 관점에서 새롭게 태평양전쟁을 재구성하는 긴 여정에 나서고 있다.

조 교수는 “국가와 국민이 과거에 벌어졌던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이해하는 가에 따라서 평화의 길을 모색할지, 아니면 안보의 논리로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할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2008년 오키나와 주민의 전쟁에 대한 기억을 조사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을 때 ‘미술가들의 남양군도전’을 보고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며 남양군도에 천착하게 된 동기를 밝힌다.

조 교수는 직접 미크로네시아를 방문해 전쟁의 기억을 갖고 있는 현지 주민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각종 국내외 문헌을 찾은 후 남양군도의 역사를 되살리고 있다.
그는 남양군도의 지리적・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면서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를 받았던 미크로네시아의 불행한 역사를 담당하게 기술한다.

조 교수는 유럽인들의 대항해 시대를 거치면서 스페인, 영국, 독일, 일본 등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미크로네시아에서 정복, 지배, 학살, 착취를 자행한 역사적 사실을 소개하고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지금까지 미국에 경제・군사적으로 종속된 미크로네시아의 현실을 환기시킨다.

그는 일본이 남양군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유를 “남쪽으로 뻗어나가고 싶은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꿈에 그리던 지역이며 팽창주의자를 특정짓던 로망주의, 이상주의, 열광적 애국주의의 대두과 깊이 이어져 있다”고 진단한다. 즉 남진론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책은 제국 일본의 남양군도 지배와 경영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하며 그 중심에 서 있던 미크로네시아 주민들의 정체성 변화에 주목한다. 계속되는 지배에 약해지는 저항의식과 이주한 지배자들과의 공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현지인들의 아픔을 보여주면서 주민을 배려하지 않는 지배자들의 태도를 비판한다.

저자는 이 책이 비록 선행된 연구 성과들을 재구성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태평양전쟁의 배경을 동아시아 중심이 아닌 태평양 중심에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저자는 “우리는 태평양 지역의 구성원임을 잊고 지낸다. ‘아시아・태평양’, 줄여서 아・태지역이라고 부르는데, 이 명칭을 걸고 이루어지는 활동은 대개 미국이라는 강대국만을 바라보며 그들과 교류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다”(45쪽).

이처럼 이 책은 제주가 강자의 관점이 아닌 자신의 관점에서 태평양의 섬들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여겨 볼만하다.

저자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며, 1985년 제주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제주 사람이 되었다. 저서로 ‘제주지역 민간신앙의 구조와 변용’(공저), ‘일제말기 제주도 일본군 연구’(엮음), ‘빼앗긴 시대 빼앗긴 시절 : 제주도 민중들의 이야기’(공저), ‘숙명 전환의 선물’(공저), ‘창가학회와 재일한국인’ 등이 있다.

조 교수는 그동안의 저서에 보듯이 여러 분야에서 연구를 펼치지만 중심에는 늘 민중, 피해자가 있다. 현재 남양군도 외에 ‘오키나와 전쟁의 기억’, ‘일본 신종교의 평화운동’ 등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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