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의 의미
장화의 의미
  • 김명관 기자
  • 승인 2016.06.28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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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호 수필가

6월의 날씨처럼 따스하고 정겨운 것이 기부문화다.

가슴이 짠한 소식이 전해온다. 구두쇠라고 소문난 80대 할머니는 패지를 주워 모아온 전 재산을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을 위하여 써 달라며 장학금 5000만원을 선뜻 내놓으셨다.

이처럼, 어려운 사람들이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는 소식이 우리의 가슴을 적신다.

허리가 기억자로 굽은 할머니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얼까. 자식도 없는 이 할머니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시며 차후의 대책은 세워 놓으셨을까.

우리는 이 할머니에게 무엇을 도와 드려야 할까.

“남을 돕는다는 것은 나를 돕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할머니는 사회에 많은 교훈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어렵게 살아온 김복순 할머니는 50명의 학생에게 희망의 샘물을 나눠준 것이다.

그 샘은 마르지 않는 영원한 나눔의 기부문화의 기초가 될 것이 확실하다.

행복의 바이러스는 기부천사들로 인하여 사회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소득 4만 불 시대라면 그에 걸맞은 마음도 넉넉하게 수눌음 나눔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어느 날, 농협 앞에서 우연히 만난 그는 농사밑천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보증을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마음약한 나는 어쩔 수 없이 남의 눈을 의식하며 보증을 서 주었다.

마누라가 알까봐서 한동안 걱정이 앞섰지만 이것이 그와의 깊은 인연으로 발전됐다. 마을사람들은 그의 근면성에 반했는지 마음을 열고 온갖 허드렛일이 있으면 그를 찾았다.

이십여 년이지나 그는 넓은 밀감과수원을 마련했으며 20여 마리의 소와 오리 닭 등, 확실한 토대잡기에 이르렀다. 주변에서는 그는 최씨에서 최 사장으로 존칭을 넣고 부르고 있다. 기부천사라고 소문난 그는, 연말 쌀 포대를 전달하는 동사무소에서 얼굴을 붉히며 조그맣게 얘기한다.

“근면을 하면서 자조를 알았으며 수눌음을 배워서 나눔을 알았습니다.”

가슴속에서 뜨거움이 울컥 치밀어 오르며 나눔 사랑의 바이러스가 전해오는 것을 느낀다.

장마가 잠시 머문 6월의 어느 날, 그가 찾아왔다.

“행님! 나가 놀러와 부렀어 이.” 넉살좋은 전라도 억양이 밉지 않다.

손에는 토종 닭 두 마리가 들려있고 신은 여전히 목이 긴 장화다. 자신에게는 엄격히 검소한 그는, 10년이나 됨직한 색이바랜 구두 한 켤레, 그리고 운동화와 목이 긴 장화뿐이다.

그래도 그의 덥수룩한 수염 속에 감춰진 당당함에는 무언지 모를 너그러움이 숨 쉬고 있다.

김명관 기자  mg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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