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자이민제도
부동산투자이민제도
  •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 승인 2016.06.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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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하고 있는 편이다. 집을 나서면 코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중앙로에서 내려 걸어 5분이면 회사이기 때문이다. 약속이나 일정이 있으면 차를 몰고 나오지만 출퇴근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에 차를 세워 놓고 있다.

시내버스를 타다보면 자주 중국인 개별관광객들을 보게 된다. 대부분은 젊은 여행객들로서 공항에서 승차한 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그들은 한글로 목적지를 쓴 노트를 보여주고 탑승하지만 불친절한 운전기사라도 만나면 가끔 험한 꼴을 당한다. 중국인들이 조심스럽게 내민 노트를 보지도 않고 치우라고 화부터 내는 운전기사를 보면 내가 오히려 민망할 정도다.

요즘 신제주는 제주사람 반, 중국사람 반이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고등학교 입구 쪽에 화장품 면세점이 있어서 하루에도 마추지는 중국인은 수 십명에서 수 백명에 이른다. 더구나 한라수목원이 근처에 있어 한국사람보다 중국인을 마주하는 날이 더 많을 때가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윗도리를 완전히 벗어 상체를 드러낸 중국인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한국에 대한 동화(同化)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돈되는 곳에 투자한다

2010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제주지역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최근 논란 속에 5년 연장됐다. 우근민 도지사 시절 외국인 투자를 늘려 침체된 지역경제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시행된 투자이민제도는 5억원 이상만 투자하면 본인과 배우자, 자녀들에게까지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는 중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자기 명의의 부동산과 청정하고 건강한 제주에서 살 수 있는 영주권만큼 좋은 제도가 없어 보일 것이다. 부동산투자이민제 시행 이후 거주비자발급건수는 1387건에 이른다.

제주보다 늦게 투자이민제도를 도입한 다른 지방의 경우는 유치실적이 거의 없다. 강원도 평창은 10억원 이상, 인천 영종지구는 15억원 이상 투자해야 하는 조건에 갇혀 있는데다 제주만큼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돈 되는 곳’에 투자한다. 중국인 투자자들이 제주에 몰리고 있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먹튀’로 회자된 성산관광단지가 그렇고 예래휴양형주거단지도 그렇다. 아마 대법원의 판결이 없었다면 예래단지의 투자자 버자야그룹은 제주에서 로또에 버금가는 대박을 터뜨렸을 것이다.

투자이민제도로 이미 제주에서 부동산을 구입한 중국인 역시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투자 이상의 재미를 봤다. 부동산 가격을 잔뜩 올려놓고 이익은 그들이 본 꼴이다.

투자이민제도는 외국에선 일찍부터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는 1986년에 처음 시행한 이후 중국인 13만명이 이주했다. 조건도 우리보다 훨씬 까다롭다. 이민자의 순자산이 한화로 15억5000만원 이상이어야 하고, 7억7000만원을 주정부에 5년동안 무이자로 예치해야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폐지를 결정한 캐나다의 교훈

그러나 캐나다는 올해 30년만에 폐지결정을 내렸다. 다른 나라들도 속속 폐지하고 있는 추세들이다. 투자이민제도가 시민권 취득만을 목적으로 할 뿐 실질적인 지역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는 게 이유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원주민들이 집을 구하기가 어렵고, 돈이 최고라는 의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캐나다 문화와 가치가 실종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주정부 청사 앞에서 투자이민제 폐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연일 벌였던 것도 폐지를 앞당긴 이유였다.

2013년에 발표된 제주발전연구원의 ‘부동산투자이민제도 개선방안’에서 제시한 것처럼 제주도 역시 전체인구와 면적대비 투자이민제의 총량제 도입도 충분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캐나다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봐야 한다. 어떠한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순기능과 역기능을 살펴야 한다. 남의 나라도 하니까 우리도 한번 해보자라는 식은 안 된다. 이번 투자이민제도의 연장도 꼼꼼히 따졌어야 했다는 게 도민 대다수의 의견들이었다.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jongbae1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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