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위해 헌신한 아버지, 자랑스럽습니다”
“조국 위해 헌신한 아버지, 자랑스럽습니다”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6.06.19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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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영웅 故 임동원 병장 딸 선영씨
남편 좌창우씨와 추모식 헌화·분향
부친 애국정신 계승 봉사에 ‘앞장’
도솔산전투 전사자의 딸인 임선영씨(사진 오른쪽)와 남편 좌창우씨(왼쪽)

“도솔산에서 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눈물은 나지만 가슴 뿌듯합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18일 임선영씨(56·여)는 남편 좌창우씨(58)와 함께 강원도 양구군 도솔산전투위령비에서 열린 2016 도솔산지구전투전승행사 추모식에 참가해 헌화‧분향했다.

부친은 고(故) 임동원씨로 1951년 제주 출신 해병 3‧4기들이 ‘무적해병’ 신화를 일군 현장인 도솔산전투에서 산화했는데, 그녀가 부친의 공훈을 알게 된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서귀포시 중문동 태생인 임동원씨는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20세 때 해병 4기로 자원입대해 인천 상륙작전과 서울 탈환작전, 원산 상륙작전 등에 참전해 승전보를 울렸다.

그런데 부친 입대 당시 선영씨는 생후 4개월 영아였다. 눈에 밟히는 딸을 남겨놓고 조국 수호를 위해 전장에 뛰어든 임동원씨는 도솔산전투 사흘만인 1951년 6월 6일 전사했다.

선영씨는 가정형편 상 부친의 발자취는 까마득히 모른 채 성장해 가정을 꾸렸다. 그녀에게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어렴풋이 얘기만 들었을 뿐 부재(不在)로 인한 원망 섞인 존재였다.

“유년시절 아빠 없는 자식으로 많이 서러웠다”는 선영씨에게 2002년 극적 반전이 일어났다.

남편 좌씨가 라디오 국군방송 ‘훈장을 찾아드립니다’란 프로그램을 듣던 중 ‘장인께서 전사했다면 훈장을 받을 텐데…’란 의문이 들었고 국가보훈처로 문의했다. 궁금증은 곧 풀렸다. ‘군번 9201811, 해병 병장 임동원은 강원도 양구에서 전사해 화랑‧을지무공훈장에 추서’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선영씨에게 부친이 영웅으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선영씨와 남편은 이후 해병3‧4기전우회 회원들과 함께 도솔산지구전투전승행사에 참여했다.

선영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빈자리가 컸기 때문에 원망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아버지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이란 사실을 알고 나선 존경하게 됐다”며 눈물을 훔쳤다.

선영씨는 부친의 애국‧희생정신을 물려받아 현재 전몰군경유족회 제주시지회장을 맡고 있고 보훈가족봉사대를 비롯해 농협과 설문대여성문화센터 등에서도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선영씨는 “부친과 함께 도솔산전투에 참전했던 3‧4기전우회 회원들은 또 다른 아버지”라며 “매년 6월이 되면 어른들께서 ‘도솔산에 가자’고 전화 올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남편 좌씨는 “장인어른은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 위대한 영웅”이라며 “요즘처럼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장인을 비롯한 참전용사들의 애국정신을 본받고 계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양구군=김현종 기자>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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