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0억달러와 1억달러의 차이
수출 10억달러와 1억달러의 차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6.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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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한국무역협회 제주도지부장

10억달러가 있고 1억달러가 있다. 지난해 제주도 수출실적은 10억달러를 초과했다. 같은 해 제주도 수출통계는 1억달러가 조금 넘는다. 10억달러는 제주도청이 발표한 실적이다. 1억달러는 무역협회 수치다. 하나는 실적이고 다른 하나는 통계이다. 사실 둘 다 수출실적이고 수출통계다. 10억달러에는 1차산품이 6200만달러, 공산품이 3억2500만달러, 전자적무체물이 4억6900만달러, 용역이 2억2800만달러나 된다. 반면 1억달러 속에는 1차산품 6200만달러와 공산품 5900만달러가 전부다.

편의상 실적과 통계로 구분했을 뿐 내용은 같은데 10배 차이가 난다. 한 번 비교해보자. 1차산품은 똑같다. 공산품 실적에는 통계수치에다 중국에서 만든 TV를 제주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미국으로 보낸 실적이 포함됐다.

전자적무체물은 온라인게임을 중국에 판 실적이다. 둘 다 이전기업이 하는 일이다. 용역은 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도에 와서 카지노에서 쓴 돈, 숙박비, 여비 등이다. 올해부터는 외국인들이 면세점에서 쇼핑한 금액 대신 관광용역을 넣었다. 임의대로 수출실적에 포함시킨 건 아니다. 외국 인도 수출, 전자적무체물 등은 대외무역법에서 수출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정부나 다른 지자체들은 수출통계로 발표하지 않을 뿐이다.

통계에 포함시키지는 않지만 무역의 날 포상이나 자금 지원, 유망기업 선정 시 이들 실적도 수출실적으로 인정해서 수출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수출은 국내에서 만든 물건을 세관에 수출한다고 신고하고 항공기나 선박을 통해 해외에 보낸 것을 말한다. 세관은 수출신고한 금액을 집계해서 우리나라 전체 수출통계를 작성한다. 관세청은 이들 통계 집계 시 유엔 통계위원회가 권고한 국제기준을 따르고 있다. 과거에는 수출신고한 통관기준, 바이어가 은행으로 송금한 입금기준, 국제수지기준 등으로 수출통계가 발표됐으나 1970년대 말부터 통관기준으로 통일해 무역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정부나 다른 지자체들은 예를 들어 위에서 말한 10억달러에서 외국 인도 수출, 전자적무체물, 관광용역을 빼고 세관에 수출신고한 통관수치를 수출실적으로 발표하거나 참고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관세청으로부터 이들 통계를 사서 지역별로 실적을 다시 작성한다. 수출신고 기업의 본사가 제주도인지 수출신고 물품이 제주산인지 등을 따져 제주도 수출통계를 작성한다. 2000년부터 지역별 수출입통계가 서비스되고 있다.

수출 1조원을 목표로 하던 때가 있었다. 미국 돈으로 10억달러다. 작년에 그 목표가 달성됐다. 앞서 언급한대로 10억달러가 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동안 다른 지자체보다 열악했던 수출 여건도 많이 나아졌다. 제주 수출기업인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전문 수출인으로 발돋움했다. 수출 1조원이라는 실적이 제주도 수출을 한층 발전시킨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수출입실적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통관기준 수출입 금액을 집계하여 발표하고 있다. 지자체별 수출입실적은 무역협회가 매월 발표한다. 한국에서 외국으로 이동한 물품의 금액 즉 직수출만을 실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간접수출이 수출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서 간접적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이 서운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수출실적으로는 인정받아 각종 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수출이 국내지역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의 비율 또한 1%에 훨씬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1980년대부터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해 수출실적을 파악해 작성해온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도민들은 수출에 거의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 10억달러인지 1억달러인지 잘 모른다. 다만 관련기관과 기업들이 계속 노력한다면 수출실적과 수출통계가 10억달러인 날이 올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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