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여행자'가 노래한 제주의 서정
'느림보 여행자'가 노래한 제주의 서정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3.05.25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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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택훈 시인 시집
마음에 드는 글씨

물의 길을 따라 흐르다 반딧불이의 길로 들어서는 ‘느림보 여행’자. 

제주 출신 현택훈 시인은 최근 시집 ‘마음에 드는 글씨’를 발표했다.

특유의 서정적이며 다정한 감성으로 시와 산문을 써온 현 시인은 이번에도 제주의 서정을 그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숙대낭과 머쿠슬낭 그늘을 따라 걸으며 돌담 아래 수선화에 몸을 기울이고, 새소리를 따라 숲을 거닐다가 잃어버린 약속이 묻혀 있는 옛 서점 자리를 더듬기도 한다.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뜬 어머니를 ‘나의 작은 여동생’으로 그리워하고, 얼마 전 세상을 뜬 아버지는 고단한 육신을 벗고 빙글빙글 춤을 춘다.

귤 저글링을 하는 아내는 나의 꿈 얘기를 어둠처럼 가만히 들어주고, 시를 쓰게 하는 아이들이 있다. 

책 말미에 해설 대신 마흔두 꼭지의 창작노트를 실었다. 시의 원천이 된 기록도 있고, 그 자체로 시가 되는 일상의 장면들이 생생하면서도 아름답다.

전작들에서처럼 시집 전반에 음악이 흐르고, 그 노래는 시인의 말처럼 ‘봄바다에게서 빌린’ 것들이기에 때론 흐릿하고 때론 끝이 나지 않아도 누군가의 마음에 선명한 글씨로 새겨질 듯하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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