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실종 '해결책' 찾아 머리 맞댄 사람들...그리고 '남은 과제'
꿀벌 실종 '해결책' 찾아 머리 맞댄 사람들...그리고 '남은 과제'
  • 이창준 기자
  • 승인 2023.03.21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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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꿀벌을 찾아서 (하) 꿀벌 실종ㆍ폐사 해결책은

정부 "대대적 응애 방제"...양봉농가 "시스템 개선 모색"
기업, 치료제ㆍ스마트 벌통 개발...환경단체, 시민운동 전개
임시방편 해결책에 그칠까...학계 "대책 병행, 지속적 분석 필요"

전국적으로 꿀벌 실종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1차산업 비중이 큰 제주에서는 꿀벌 실종에 따른 양봉농가와 과일농가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원인으로 기후변화, 방제제 오남용, 밀원수 부족 등이 지목되나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공공기관, 학계, 환경단체, 양봉협회 등이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본지는 3회에 걸쳐 꿀벌 실종 사태의 총체적인 상황을 다뤄본다.[편집자주]

꿀벌 실종ㆍ폐사 사태가 날로 악화하자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대대적인 응애 방제에 나서고 양봉농가는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고심하고 있다. 기업은 꿀벌 전염병 치료제, 스마트 벌통 등을 개발했으며, 환경단체는 꿀벌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는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대책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원인 분석과 장기적인 해결책 모색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식품부 “병해충 방역체계 강화”…양봉농가 “시스템 변화 도모”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2일 ‘꿀벌 피해 농가의 조기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방제제에 내성이 생긴 응애를 이번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응애 집중 방제의 날 운영, 병해충 예찰 강화, 꿀벌 질병 신고센터 운영, 방제약품 지원 등을 추진키로 했다. 비가림 시설 등 현대화된 양봉사 구축도 지원한다.

제주도는 꿀벌 영양 공급을 위한 고체사료 구입 지원, 도내 유휴지 등에 밀원수 식재 협의, 사양 관리 기술 등 교육 지원, 양봉 검사장비 구입 및 품질 검사 서비스 확대를 추진한다.

지난 16일 제주시 조천읍 소재 이순철 한국양봉협회 제주도지회장의 농가. 친환경 방제제 및 전기난로 등을 활용해 꿀벌 피해를 막고 있다.

양봉농가는 기존 시스템의 변화를 모색한다. 

한국양봉협회 제주도지회는 협회 소속 농가들에 병해충 관리, 월동기 사양 관리 관련 전문교육에 적극 참여할 것을 당부키로 했다. 또한 유기농 방제제 사용, 변하는 환경에 맞춘 양봉장 조성, 과학적 시스템 도입 등도 모색한다.

◇‘스마트 양봉기술’ 개발한 기업…‘시민조사단’ 꾸린 환경단체

꿀벌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도 나섰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5월 태양광을 활용한 스마트 벌통 ‘솔라비하이브’를 개발했다. 안정적인 꿀벌 생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이 벌통은 온도, 습도, 물과 먹이 현황을 파악하고 조절하는 기능이 내재돼 있으며 천적인 말벌의 접근도 차단한다. 

리보핵산(RNA) 전문 기업인 제놀루션은 지난 13일 꿀벌의 낭충봉아부패병 유전자 치료제 임상을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2010년 폐사한 토종벌의 약 90%가 감염된 전염볌이다. 꿀벌응애감염증과 함께 꿀벌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KB금융그룹 등도 사회적 기업과 함께 밀원숲 및 도시 양봉장 조성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화그룹이 개발한 스마트 벌통 ‘솔라비하이브’. 사진=한화그룹

환경단체들은 꿀벌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해결책을 찾는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린피스 코리아는 지난 1월 “야생벌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부처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농식품부와 환경부에 국무총리 산하 ‘꿀벌 살리기 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5월 꿀벌과 야생벌을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후 고독성 농약 남용 실태 보고서 발간, 농약 살포 중단 퍼포먼스 등을 진행했다. 벌 시민조사단을 꾸리고 벌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과학 데이터도 생산하고 있다.

◇일회성 대책에 그칠까…학계 “대책들 병행하되 지속적 분석 필요”

다양한 꿀벌 피해 대책이 마련되고 있으나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분석과 함께 장기적인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동순 제주대학교 생물산업학부 교수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꿀벌 피해는 봉군 세력 약화 때문이다. 응애 확산이 핵심이고 기후변화로 인해 월동을 못하는 것, 밀원수 부족도 큰 문제다”라며 “대책들이 따로 가지 않고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의 시작은 기후변화라고 볼 수 있다. 거대한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다”라며 “그러나 제주도는 한라산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한라산의 수직분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월동기 벌통을 일시적으로 옮겨 온도를 맞춰주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다각도의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상과 원인에 대한 지속적이며 치밀한 분석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서울환경운동연합이 무분별한 농약 사용 중단 퍼포먼스를 전개하는 모습. 사진=서울환경운동연합

 

이창준 기자  luckycjl@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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