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이 어떤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제도에 따른 효과는 물론이며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문제점들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한 후 보완과 개선을 거쳐 절차를 밟아 시행하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피해는 주민들만 입게 될 뿐만 아니라 행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된다. 또한 막대한 세금만 낭비하게 됨으로써 모처럼 추진했던 정책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버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제주시가 2017년도부터 시행할 예정인 1600cc 이상 승용차와 16인 이상 승합차 등 중형 자동차에 대한 차고지 증명제도도 그와 같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고 있다.
동(洞)지역에 한해 시행될 예정인 중형 자동차 차고지 증명제는 지난 2007년도에 제주시가 대형 자동차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시행한 이후 10년만에 확대시행하는 제도이다. 그러면서 5년 뒤인 2022년부터는 1000cc 이하의 경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차고지증명제를 전면 시행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고지 증명제 시행을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현재 제주시가 안고 있는 교통사정 때문이다. 제주시에서만 하루 평균 120대의 자동차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주차장 면수는 35면 증가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급증하는 자동차에 비해 주차장 확보가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이면도로는 흡사 주차장으로 전락, 통행이 거의 어려울 지경이 돼버렸다. 또 도로상의 차선 점거와 골목길 주차난 등 시민들의 불편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이같은 현실 때문에 제주시가 계획하고 있는 중형 자동차에 대한 차고지증명제가 불편이 크더라도 수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전 충분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밀어붙이기 식의 행정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우선 중형차 차고지증명제에 따른 대상차량이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임에도 난제(難題)가 한 둘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난 24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행정시와 읍면동 관계자들이 참석한 ‘도정정책 협력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참석자 대부분이 일선 공무원과 전문가들이라는 점은 반드시 새겨야할 부분이다.
제주시는 차고지증명제를 위반한 주민들에 대한 처벌규정만 생각할 뿐이었지 차고지 확보가 어려운 구(舊)도심지와 주택밀집지역 그리고 공동주택에 대한 고려가 없다. 또한 차고지증명제로 생계에 지장을 받게 되는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도 부족해 보인다. 그러한 사전 조치없는 정책추진은 전시성 또는 실적형 행정이나 다름없다. 아직 날짜가 남아 있다고 하지만 또다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기된 문제점들을 철저히 보완한 뒤에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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