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라는 선물
다름이라는 선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5.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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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순 수필가/현대문예제주작가회 회장

가끔 서복전시관에서 해설을 한다.  2500여 년 전 진시황에게 불로초를 찾아오겠노라고 하여 대 선단을 이끌고 중국을 떠난 서복이 탐라국 제주를 찾아와서 정방폭포 서쪽 절벽에 서불과지 라는 글을 새겨 놓고 떠났는데 그렇게 새겨진 글로 인하여 서귀포라는 지명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이조 고종 14년에 김석익 학자가 집필한 파한록 내용이다.
 
서복이라는 인물은 중국 역사에선 배신자 모사꾼 사기꾼이다. 그런데 250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 좋지 않다는 사람의 전시관에 중국 사람들이해가 갈수록 많이 찾아온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들이 방명록에 다녀간 흔적을 남겼다.

서복이 중국 역사의 기록처럼 나쁜 인물이라면 타국의 조그만 섬에 내용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도 않은 전시관을 찾아올 리 없다. 왜일까? 나는 진시황의 입장에서가 아닌 다른 입장에서 서복을 관조해 본다. 서복이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훌륭한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음을 깨달은 많은 중국인들을 찾아오게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진시황과 서복은 이승을 산 세월의 차이가 너무도 크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고민해 보았더니 성품의 차이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오직 계획한대로 성공을 위해 돌진하는 진시황과 천문학·의학·신선술·점성술 등 생활문화를 두루 섭렵하며 사는 서복과는 마음, 생각, 말, 행동에 있어 차이가 있었다.

분서갱유를 자행한 진시황은 49세의 나이로 그토록 오래 살고자 했던 꿈 많은 이승의 삶을 마감하고 지하에 묻혔지만 서복은 백수를 넘겨 긴 삶을 살고 떠났다. 그 이유가 무엇이며 또 어떤 가르침이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이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나와 아니면 누구와 생각이 같을 수 없는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상대방의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를 때 따져 묻기보다 ‘왜 그랬을까?’ 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맞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비로소 상대를 이해하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다름을 인정할 때 누군가를 인정해주는 마음은 편해진다. 누구로부터 인정받은 사람은 소극적이고 기죽던 마음에 햇빛이 비치듯 자신감이 충만해지고 사람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냄새 향기로운 마음밭으로 찾아들게 된다. 다름은 아름다운 단어다. 참 사랑을 꽃피우는 단어다. 나는 오늘 다름이라는 단어를 잘 가꾸고 키워서 어린 자녀들이나 이웃에게 나눠 주며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해진다. 인간들의 성품은 유아기 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오늘은 부부의 날이다. 젊은 부부들에게 다름이라는 단어를 곱게 포장하여 선물로 보낸다. 모두가 행복한 가정 이루기를 바라면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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