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쾌적한 ‘에코뮤지엄’이어야 한다
제주는 쾌적한 ‘에코뮤지엄’이어야 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5.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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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명 국립제주박물관장

매년 5월 18일은 ‘세계 박물관의 날’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는 1977년에 5월 18일을 ‘세계 박물관의 날’로 지정했다.
당시 과학·기술·문화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져가는 세계적인 분위기에 부응하여 한 해에 단 하루만이라도 박물관을 기념하자는 취지였다.

2012년 국제박물관협의회가 파리에서 열렸을 때는 “박물관은 문화적 변화와 그 발전, 사람들 간의 평화와 협력, 성숙한 이해를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세계 박물관의 날을 지정한 이유에 대하여 부연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세계 박물관의 날’을 즈음하여 매년 ‘박물관 주간’을 마련하고 ‘박물관인 대회’와 ‘박물관 학술대회’ 등을 열고, 전국의 여러 박물관은 특별전을 비롯하여 교육 프로그램과 체험 행사, 공연, 문화 강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한국박물관협회와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 개최한 2016년 박물관 학술대회의 주제는 ‘박물관과 문화경관(Museum & Cultural Landscapes)’인데, 제주 지역 사회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물관은 역사와 문화의 구심점이자 지역의 정체성을 간직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문화경관(文化景觀)의 사전적 의미는 ‘자연 경관에 인공을 가하여 만들어진 논·밭이나 광공업, 교통, 도시 등의 경관’이지만,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거스르지 않는 모습을 간직할 때 비로소 문화적인 경관으로 인식될 것이다.

말하자면 ‘흑룡만리’로 일컬어지는 제주의 밭담이나 올레길 등은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경관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세계 박물관의 날’을 기념하여 열린 박물관 학술대회의 주제 ‘박물관과 문화경관’과 관련하여 쾌적해야 할 에코뮤지엄으로서의 제주도에 대한 생각을 간단하고 짧게 드러내본다. 
어메니티(amenity)라는 말은 한마디로 인간을 위한 쾌적한 공간이나 감정을 말한다. 즉 예의 바른 말과 행동, 좋은 태도와 상냥함과 인간관계, 깨끗한 환경, 장소·기후의 쾌적함, 공동체 구성원의 여유와 문화 활동 등 인간을 둘러싼 장소성과 문화경관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개념이다.

생활에 즐거움을 주는 공원·도서관도 어메니티지만, 박물관은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문화경관을 갖춘 곳이 많으며, 각각의 박물관들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물관은 지역의 대표적인 ‘어메니티’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일정한 공간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 단위 자체를 박물관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른바 ‘에코뮤지엄(eco-museum)’ 개념이다. 197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적용된 개념이며, ‘생태박물관’·‘야외박물관’·‘지붕 없는 박물관’·‘살아 있는 박물관’이라고도 한다.

에코뮤지엄은 일정 지역의 자연·문화·산업유산이나 공동체의 기억을 잘 보존하고 지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 단위를 하나의 박물관으로 보자는 것이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 경관 자원과 더불어 국내의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경관을 지닌 곳이 많다. 그야말로 거대한 에코뮤지엄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제주도의 자연 환경과 경관성이 개발로 인해 훼손이 심하다는 걱정과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엔 주상절리 주변 지역에 대한 ‘경관의 사유화’ 문제가 불거지며 제주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안타깝다.

맑고 깨끗한 제주의 자연경관과 함께 문화경관이 잘 보존되어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두고두고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제주는 쾌적한 ‘에코뮤지엄’이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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