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壯子) 사상(思想)과 5월
장자(壯子) 사상(思想)과 5월
  • 제주일보
  • 승인 2016.05.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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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시인 / 前 중등교장 / 귤림문학회 회장

“교장선생님, 교복치마가 점점 짧아지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고등학교 공개수업시간, 몇몇 학부모들과 윤리교과수업을 참관하고 있었다.

수업을 힘차게 이끄시던 여자선생님이 교실 뒷벽에서 참관하던 필자에게 느닷없이 질문을 보내왔다.

교과단원은 ‘장자(壯子)의 윤리와 법규(?)’인가, 흐릿한 기억이다.

‘장자(莊子)의 철학(윤재근 著)’의 바탕이 있어서, 답변을 줬다.

“학(鶴)의 특장(Specialty) 하나는 다리가 긴 것일 겁니다. 학은 치마가 길어도 다리가 길게 보이며, 참새는 아무리 스커트를 짧게 입어도 학처럼 다리가 길어 보이지 않습니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려 덤벼들 수 없는 것처럼, 치마가 너무 짧다고 치맛단을 억지로 풀어 내리게 하려면, 그 과정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 관계의 속마음들도 헝클어지고 말 것입니다. 치마란 아무리 짧게 올리고 싶어도, 그 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요?”

장자(莊子)의 지락(至樂)편에 나오는 가르침.

이것(此)은 내 자신을 키우는(己養) 방식으로(以) 새(鳥)를 기르려는 것이지(此以己養養鳥也), 새를 기르는 방식으로 새를 먹이는 것은 아니다(非以鳥養養鳥也).

이 가르침은 다음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옛날 동쪽 어느 바다에 아름다운 바닷새들이 살았다.

해변에서 날아다니며 여유롭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짙은 안개 때문에 길을 잃고 노(魯)나라까지 날아들어, 어느 마을에 유숙(留宿)하게 되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그 나라 왕은 그들을 접견하여, 신묘(神妙)한 새들이라고 여겼다.

그들을 호화로운 수레에 태워 태묘(太廟)까지 모셔왔다. 술도 대접했다. 소와 양까지 잡아 대접했다.

악사(樂士)를 시켜, 좋은 곡조도 들려주었다. 그러나 이 새들은 근심과 슬픔이 가득하여, 한 조각의 고기도 먹지 않았고, 술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그들은 사흘 후에 모두 조용히 죽고 말았다.

이와 비슷한 세간의 유머 한 가지. 소와 호랑이가 무척 사랑한 끝에 부부가 되었다.

소는 남편 호랑이에게 정성껏 먹음직스런 풀을 대접했고, 호랑이는 고기를 푸짐하게 갖다 주었다. 이윽고 서로 불평이 잦아 쌓여갔고, 마침내 이혼하게 되었다.

모든 어버이는 자신이 커 온 방식으로 자녀들을 키우려 할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듯이’ 어렵사리 성취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하늘이 사람을 키운다. 장자(莊子)는 ‘하늘은 사람의 길을 끊는 법이 없다’고 했다.

이것을 그는 연독(緣督)이라 했다. ‘세밀하게 내려살펴봄(督)’을 ‘이어간다(緣)’는 뜻이다.

즉, 자연의 이치를 삶의 법칙으로 삼으면(緣督以爲經), 몸을 보호할 수 있고(可以保身), 생명을 보전할 수 있으며(可以全生), 부모를 봉양할 수 있고(可以養親), 천수를 누릴 수 있다(可以盡年)(莊子 養生主).

희년(稀年)도 어린아이처럼 설레는 달이 있다. 5월이다. 신록의 계절, 여왕의 계절 5월엔 누구나 푸른 기대의 아이들을 만난다.

나들이길이 멀어도 좋다. 내림사랑을 꼬깃꼬깃 접어서 주면, 어버이날엔 되돌려 아니 와도, 그래도 좋다. 조화(造花)라도 더욱 좋다. 두고 두면서 다음해 5월까지 늘려 볼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5월엔, 초등학교 담장 너머 마을로 퍼져가는 ‘어린이날 노래’, 이 노랫말을 들으면 중국의 장자(莊子)도 한국의 어린이처럼 푸르게, 푸르게 될 것이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우리들은 자란다/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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