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쓰레기통
양심 쓰레기통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5.2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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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클린하우스는 클린하우스가 돼야 한다.
제주시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이 몇 달 전 신문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다. 제주시내 클린하우스들이 이름처럼 클린하우스가 되지 못하고 더티하우스가 되고 있다는 글이었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젊은 공직자가 오죽했으면 저 글을 썼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와 고성리에서는 클린하우스 곁에다 ‘명풍 양심화단’이라는 것을 조성해서 꽃을 심었다고 한다. 주변이 깨끗하면 클린하우스도 깨끗해질 거라는 생각에서 였다. 양심화단을 꾸민 마을들은 제주시 외곽 지역이다. 그런데도 클린하우스의 형편이 이 정도라면 심각하다.
거리의 쓰레기통을 놓아야 되느냐, 마느냐는 문제로 서울의 대표적인 중심 지역인 서초구와 강남구가 맞장을 떴다. 서초구와 강남구는 이웃 동네이다. 이들 지역 모두 유동 인구가 많고 밤만 되면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다. 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서초구가 2012년부터 거리의 쓰레기통을 없애기 시작해 지금은 모두 철거된 상태다. 기저귀는 물론이지만 음식물 쓰레기까지 쓰레기통에 버리는 바람에 처리 비용과 노력이 과도하게 든다는 이유다.
쓰레기통을 치우면 거리가 깨끗해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 요즘 커피와 음료수의 대세가 들고 마시는 테이크 아웃이다. 그러다보니 지하철 입구와 승강장은 주요 타깃이 됐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은 쓰레기 집합 장소가 되고 있다.
반면 강남구는 기존 972개 쓰레기통을 더해서 매년 늘리고 있다. 주민 600명당 1개꼴이다. 쓰레기통이 없으면 쓰레기 무단 투기로 오히려 도로가 더 지저분해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게 쓰레기이다.    
중국 심천에서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 곳이나 버리자 곳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해 도로 전체가 쓰레기 천지가 아니라 쓰레기통 거리가 됐다고 한다. 200m 도로에 쓰레기통이 150개가 되는 곳도 있으니 놀랄 정도다. 시민들이 앉는 벤치 곁에 쓰레기통, 그 건너 쓰레기통 식이다. 쓰레기를 버리려면 멀리 갈 필요 없다는 과잉 친절일까.
거리가 깨끗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도 흔한 게 쓰레기통이다. 길에 쓰레기를 버리면 2000 싱가포르 달러(한화 160만원)를 물리기 때문에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벌금을 부과하기에 앞서 먼저 배려한 정책이다. 그런데도 싱가포르의 쓰레기통은 언제나 깨끗하다.
문제는 쓰레기통의 유무에 관계없는 시민 의식이다.
미국의 생물학자 개럿 하딘이 ‘공유지의 비극 현상’으로 이를 풀어냈다. 어느 한 마을에 주민이면 누구나 양을 끌고 와서 먹일 수 있는 목초지가 있었다. 하지만 풀이 다시 자라려면 양의 수를 제한해야만 했다. 그러나 어떤 제한을 해도 효과가 없었다. 목초지는 자꾸 사라져 갔다. 사람들은 목초지가 더 없어지기 전에 자기 양부터 먹일 생각으로 너도나도 양들을 끌고 오는 바람에 목초지는 결국 없어졌다. 공유지의 비극은 나만 잘 되면 된다는 놀부 심보이다. 공유지와 도로에는 임자가 따로 없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제주는 어떤가. 일전에 제주시 지역의 클린하우스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증가하고 있는 인구수에 비해 클린하우스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계속 철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러운 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클린하우스가 님비현상으로 갈 곳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부동산 광풍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공한지마다 집을 짓는 바람에 클린하우스는 애물단지일 뿐이다.
해결책은 양심이다. 쓰레기통을 거리에 두느냐 마느냐는 문제는 양심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쓰레기통을 많이 설치한다해도 양심이 없으면 쓰레기통은 오히려 쓰레기보다 더 더러운 도시의 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주민센터 젊은 공무원의 글에서 보듯 클린하우스는 클린하우스가 돼야 한다.  쓰레기통이 너무 더러워 쓰레기를 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 우리 시민 의식에도 냄새나는 쓰레기가 너무 쌓여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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