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의 '역사검증 본부' 발족을 보면서
일본 자민당의 '역사검증 본부' 발족을 보면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5.11.3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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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제주대학교 교수/정치학

2015년 11월 29일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창당 60주년 기념식에서 일본의 근현대사를 새롭게 검증하겠다며 ‘역사검증 본부’를 발족했다.

‘역사검증 본부’는 1894년 청일 전쟁부터 연합국의 점령 정책까지 일본의 근현대사를 폭넓게 다룰 예정이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인 A급 전범을 단죄한 도쿄 재판을 핵심적인 검증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일 간 대립의 불씨가 되고 있는 난징대학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도 다룰 예정이다.

우리들로서는 ‘어불성설’의 상황의 발생되어 망연자실하게 될 것이다.

아베 정권은 최우선 과제로 내년 참의원 선거 승리를 꼽았다.

우익 중심의 독자 노선을 만들기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고 3분의 2 이상의 참의원 의석 확보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역사를 배우고 미래를 생각하는 본부’로서 아베 총리 직속 기구로 설치했다.

이것은 지난 ‘전후 70년 담화’에서는 다음과 같이 “…(중략) 러일 전쟁은 식민지 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고무시켰습니다” 라고 1905년 러일전쟁을 들먹이더니 이제는 1894년 청일전쟁부터 검증을 하겠다는 것이다.

1894~1905년 11년은 일본인에게는 의미심장한 기간이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인에게는 추억과 자긍심의 기간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아서 일본이 국제관계에서 주요 행위자로 등장해 강대국으로 가는 기틀을 마련한 시기이다.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도 일본을 인정하는 강대국으로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일본과 조선이, 심지어 중국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 등이 포함돼 국제관계의 주체와 객체로 나눠지게 된 것이다.

조선과 중국은 서양세력을 수용하는데 있어서 수동적이었던 반면에 일본은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서양식 근대국가를 추구했다.

대만과 조선을 식민지 국가로 만들었고 그 이후에 중국을 도모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특히 한국에 대한 일제의 식민지정책은 ‘민족말살정책’이었다.

우리의 글과 문화 그리고 혼(魂) 등을 송두리째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식민지 국가들 중에서 가장 혹독한 정책을 펼친 것이다.

그러한 피해의 상흔은 광복 70년이 되는 지금도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주장을 하는 무리들이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데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아베담화에서는 다음과 같이 “일본에서는 전후 태어난 세대가 이제 인구의 80%가 넘습니다. 그 전쟁과 아무 관계가 없는 우리의 아이나 손자, 그리고 그 후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과라는 숙명을 계속 짊어지도록 할 수는 없습니다”라고도 밝힌 바 있다.

이제 일본의 속내를 우리는 정확하게 알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내의 대응은 일본 내의 일본 국민과 보수 우익을 분리해서 대응해나가자는 의견이 추세이다. 잘못된 판단이다. 대다수의 일본 국민 역시 대세에 순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을 우리는 흥분된 상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다.

20세기 초 망국적인 강제합병을 당해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준 조상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냉철하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총체적으로 바라봐야만 할 것이다.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 또 다른 60년을 향해 큰 걸음을 함께 내디딥시다”라는 아베 총리의 말이 제발 수포로 돌아가기를 바라보기보다는 일본의 대세를 우리도 철저히 인식해 우리의 내실을 기해야만 할 때가 온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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