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 ‘자기 색깔’ 찾아야
원 지사 ‘자기 색깔’ 찾아야
  • 한국현 기자
  • 승인 2016.05.18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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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4·3총선 참패는 제주도의 권력 지형도 바꿔 버렸다. 잊을만했던 두 사람이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새누리당은 제주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김태환·우근민 전 도지사. 두 사람은 20여 년 간 제주 정가를 쥐락펴락했던 인물이다. 이른바 ‘제주판 3金’ 중 2명이다. 이들은 총선 보름 전 20대 국회의원 선거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지역발전 본부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두 전직 지사를 중앙선대위 지역 발전 본부장으로 선임한 것은 이번 총선을 통해 제주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끝내고 제주지역 3개 선거구 모두에서 압승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우 전 지사는 2014년 6·4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당시 제주 정가는 세대 교체론을 화두로 꺼냈다. 김 전 지사가 선두로 치고 나섰다. 그는 2013년 12월 “세대 교체론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며 도지사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어 우 지사와 신구범 전 지사를 향해 “지금의 정치 행보를 접고 세대 교체란 시대적 소명과 도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불출마 결단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야말로 폭탄 선언이었다. 그는 도지사 2선이다.

우 지사는 김 전 지사의 불출마 촉구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 전 지사의 불출마 선언 한 달 전엔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도지사 출마 수순 이었다.
그의 입당을 전후해 지지자 1만2000여 명도 새누리당에 들어갔다.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 말을 아껴오던 그는 마침내 2014년 3월 5일 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경선이 100% 여론 조사로 확정되자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사실상 도지사 불출마 선언이다. 새누리당 후보로는 물 건너갔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는 여섯 번 째 도지사의 꿈을 접었다.

신 전 지사는 김 전 지사의 동반 불출마 제안에 “세 사람을 하나로 묶어 동반 퇴진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며 거침없는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연일 이색 공약을 내세우며 부지런히 다리품을 팔았다. 그는 새정치연합 후보로 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의 벽을 넘지 못하며 도지사 3선 도전에 실패했다.

원희룡 후보의 도지사 당선으로 ‘제주판 3金’은 영욕을 뒤로 하고 쓸쓸히 퇴장하는 듯 했다. 그러나 세 사람 중 김·우 전 지사가 4·13총선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지역 발전 본부장으로 임명되며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과시했다. 

두 전직 지사가 선거판에 뛰어 들자 그들의 측근들도 움직였다. 일부는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리도 들렸다. 조직도 가동됐다. 우 전 지사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김 전 지사는 모 후보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열심히 뛰었다. 도민들은 두 전직 지사의 입김이 어떤 식으로 작용될 지에 관심을 모으며 선거전을 지켜봤다.

제주지역 3개 선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들은 두 전직 지사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모두 떨어졌다. 최소한 한 석은 건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선거 결과는 완전 참패였다.
김·우 전 지사의 존재감은 먹혀들지 않았다. 새누리당 소속인 원희룡 도지사도 타격을 입었다. 선거전 ‘원희룡 마케팅 논란’도 있던 터라 새누리당 후보들의 줄줄이 낙마는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4·13총선 결과는 ‘제주판 3金’의 영원한 퇴장을 가져왔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들의 존재감은 이젠 통하지 않는다. 조직이 있다고 정치판에 뛰어들어 ‘간’을 보다가 할 만하다 싶으면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할 만큼 했다. 이젠 아니다.

원 지사도 그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기 색깔을 찾아야 한다. 원 도정 출범 초반에는 김·우 전 지사의 영향력이 발휘됐던게 사실이다. 인사가 그렇다. ‘보이지 않은 손’도 있었다. 인재풀이 없었던 원 지사의 한계였다.

도지사 2년이다. 보고 느낀 바가 많을 것이다. 원 지사가 후반기 조직인선에 착수했다고 한다. 조직인선의 방점은 행정시장 임명이다. 오는 23일부터 27일 까지 공모한다. 도의회 인사청문회도 있다.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선을 기대한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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