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 같던 미지의 아버지...'인간 김창열' 마주하다"
"스핑크스 같던 미지의 아버지...'인간 김창열' 마주하다"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2.10.0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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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안 감독과 브리짓 부이요 감독의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4일 CGV노형점서 제주 상영회

“아버지는 산타 클로스보다는 ‘스핑크스’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50년간 묵묵히 ‘물방울’만을 그리며 물방울 작가로 사랑받은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고(故) 김창열 화백.

그의 아들 김오안이 아버지이자 같은 예술가인 ‘인간 김창열’을 이해하고자 카메라를 들었다.

침묵과 고독으로 가득한 고인의 세상에 기묘한 ‘균열’이 존재한다고 느낀 아들은 그리움의 시간을 살다 간 아버지의 삶을 담는다.

아울러 반세기 가까이 지속적으로 물방울만 그리게 된 고인의 비밀을 유추해나간다.

김오안 감독과 브리짓 부이요 감독의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제작팀은 최근 전국 영화관에서 작품을 개봉한 상영 중인 가운데 지난 4일 오후 CGV노형점에서 제주 상영회로 관객을 만났다.

북한 맹산 출신인 고인의 주요 대표작과 그의 이름을 딴 공립 미술관, 묘소 등 김창열 화백의 모든 중심 콘텐츠가 제2의 고향 제주에 있다.

두 감독은 2015년부터 약 5년 간 김창열 화백의 말년을 담았다.

흰 수염을 기르고서 차를 끓이거나 공책에 자를 대고 눈금을 그려 한문 쓰는 모습, 신문 읽는 장면 등 화백의 일상이나 생전 습관을 담아냈다.

작품 초기에 “아버지의 침묵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고백한 김오안은 정중하고, 조심스럽고, 고독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비추며 나지막이 질문을 던졌고, 화백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과 비언어적 표현으로 답했다.

침묵했던 부분은 과거의 아버지의 과거 인터뷰나 주변인물 인터뷰로 아버지의 삶과 물방울의 비밀을 파헤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의 그림 속 아름답고 찬란한 물방울의 아픈 이면을 담아냈다.

영화는 북한 맹산에서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15세에 홀로 3‧8선을 넘었고, 이후 미국, 프랑스, 한국, 제주를 오갔던 화백이 전쟁과 불안 속 수많은 사망자를 목격하며 평생 간직했던 ‘자신만 살아남았다’라는 죄책감, 고향 맹산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그의 작품과 병치하면서 조명했다.

또 김오안은 그만의 예술적 시선을 얹어 고인의 작품을 ‘큐레이션’해 그가 이해한 아버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제주 상영회에서 김오안 감독은 “아버지의 물방울에 아름다움뿐 아닌 그 깊이와 이면을 설명하고 싶었다”며 “가족의 시선에 브리짓 부이요 감독의 객관적인 시선도 더해졌다”고 밝혔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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