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 세상,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디지털 플랫폼 세상,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7.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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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제주한라대 컴퓨터정보과 명예교수·논설위원

컴퓨터 내부에서 처리되는 각종 정보는 디지털로 표현된다. 문자나 숫자를 포함한 이미지, 영상 등이 연속적 실수 표현의 아날로그 형태가 아니라, ‘참(1)’과 ‘거짓(0)’ 이산적 수치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이를테면 숫자 ‘5’는 이진수 ‘0101’, 영문자 ‘A’는 ‘0100 0001’, 이미지나 영상 역시 디지털 최소 단위 구성의 픽셀 화소로 표현된다. 결과적으로 컴퓨터는 참(1)과 거짓(0)의 이분법적 요소들을 기계적이고 반복적 처리를 하는 셈이다.

곧 컴퓨터는 2진화된 프로그래밍 로직에 따라 ‘우둔한 처리(dull processing)’만을 할 따름이다. 이런 제한성을 극복, 지각, 추론 및 학습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 솔류션이 개발돼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으나 윤리성과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곤 한다. 미국 법원에서 미결, 구금 및 삭방을 가늠하는 데 사용된 콤파스(COMPASS) 솔류선이 흑인에 대한 편향성 오류가 지적됐고, 국내 기업마다 자체 AI채용 솔류션을 개발하여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지원자를 유형을 분석한다 하나 성실 및 창의성, 의사소통력 등 수험자의 인성을 판별하는 데에 그 한계점이 노출됐다. 인간이 이러한 인공지능 시스템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정보 흐름의 전후 맥락에 대한 보다 더 유연한 분석적 사고하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작금의 사회는 블로그와 카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한 집단지성간의 참여, 정보의 수평적 공유와 개방을 기본으로 하는 소셜네트워킹 사회이자 PC 및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적으로 각종 정보가 유통되는 디지털 전환의 플랫폼 시대이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문어발식 확장과 수수료 폭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나 디지털환경하에선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아침 기상을 스마트폰의 알람에 의지하고 카카오T와 같은 택시 호출앱을 이용, 도착시간에 맞춰 집을 나선다. 이어 택시 안에서 뉴스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전날의 뉴스를 접한다. 이슈 정보를 검색해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시청한다. 때론 직접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가까운 공유 오피스나 집에서 줌(ZOOM)을 통해 회의나 업무를 본다. 점심과 저녁 식사 역시 음식점 인스타그램의 리뷰를 검색해 기호에 맞게 식당 예약을 해 해결한다. 물론 결제는 일반 카드가 아닌 제로페이 직불/QR 간편 결제를 한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느긋하게 넷플리스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집에서 편히 본다. 이처럼 하루 일과가 여러 유형의 플랫폼 서비스로 이용으로 시작과 끝을 낸다. 결국 유용한 디지털 정보의 생성과 획득, 유통의 전문성 겸비가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 역량이다. 기업의 마케팅 관련 고객과의 서비스 접근 방식도 기존 콜센터 외에 고객이 선택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상에서 각종 서비스가 제공된다. 인간관계도 기존의 혈연이나 학연, 지연 등의 극히 개인적인 관계 중심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네트워크상에서 본인들의 기호와 선호도에 따른 집단지성이 중시된다.

문제는 뉴스나 동영상 제공 플랫폼에서 자신이 보고 듣고 싶은 것만 이용하는 지식의 편식성이 과해 사고가 극도로 편향적이다. 이러한 동질성 사고를 지닌 사람들 간의 토론은 합리적 결론보다는 더욱더 극단적 결론에 이른다고 캐스 R. 선스타인의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저서에서 지적한다. 자신들만의 중심 사고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산, 팬덤화한다. 자기 편에 유리한 것만 받아들인다. 다수의 힘으로 상대방의 의견은 무시하고 공존과 타협에는 극히 인색하다. 작금의 여의도 정치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치유, 민초들의 눈물과 밥줄을 해결하는 행위라 한다. 진영 간 정쟁은 극에 달하고 국민, 민생, 혁신을 쉽게 언급하나 개선은 커녕 민초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요청컨대 더 이상의 정치가 국민을 볼모로 짐이 돼서는 안된다.

캘리포니아대의 이론 물리학자인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교수는 디지털 전환시대에 창조적 사고는 소위 ‘멍 때리는 시간’인 유연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한다. 어쩜 작금의 여의도 및 지선에 당선된 선량들이 고려해봄이 어떨까 한다. 더불어 석과불식(碩果不食)의 금언도 이참에 한번 새겨 보시길 주문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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