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도 용기도 필요한 시간”
“힘도 용기도 필요한 시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5.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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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작년부터 모 법원에서 협의이혼을 신청한 부부 중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심화 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휴식시간에 한 분이 찾아와서 “교육에 참여하다 보니 자녀 입장에서 부모의 이혼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혹시 이혼 진행 중인데도 뭔가 해볼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하셨다.

교육을 진행하다보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다. 이혼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여러 가지로 충분히 마음을 정리하고 노력을 한 뒤에 이혼해도 늦지 않다. 서로 간에 상처를 줄이면서 이혼할 수 있어야 하고 이혼 후의 삶에 대해서도 현명하게 대비해야 한다. 이혼을 결심할 때는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나중에 후회할 행동을 하기 쉽다. 처음엔 별 것 아닌 것으로 시작된 상황이 소통이 잘 되지 않다보면 더 악화되어 깊은 오해의 골짜기로 남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자녀에 대한 죄책감으로

성급하게 재결합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재결합을 쉽게 결정하기 전에 여러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이 있다.

△이혼하려고 했던 배우자에 대한 용서가 제대로 되었는지

△배우자에 대한 신뢰가 쌓였는지

△자녀 때문에 너무나도 성급한 재결합을 하는 것은 아닌지

△배우자의 단점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수용의 마음가짐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과 배우자가 각자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과거의 상호작용 패턴을 반복 하는 등 과거 결혼생활의 잔재나 후유증을 청선하지 못한 채 하는 재결합은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특히 자녀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되며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관계로 또 헤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혼을 결심하거나 다시 한 번 재결합을 결정하고자 할 때 그 전에 먼저 권유하는 것이 있다. “ 부부가 함께하는 상담을 받아보세요”이다. 서로를 가로 막고 있던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녹으면서 멀어진 간격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만약 배우자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한 사람이라도 먼저 상담을 시작해보세요”라고 한다.

자녀가 있는 경우엔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는 말씀들을 많이 한다. 자녀를 위해 참고 살려는 마음을 가졌다면 부부 사이에 놓인 장벽도 넘을 수 있는 용기와 도전의 마음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가만이 들여다보면 배우자가 받을 수 없는 것을 주려고 하거나 배우자가 줄 수 없는 것을 받으려 하다가 제 풀에 실망하고 지치는 경우가 많다. 또, 나와 배우자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배우자를 완전히 소유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 이런 것들은 나와 배우자의 문제라기보다 내 부모에게 받지 못한 것을 배우자에게 받으려 했던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배우자와 벌어지는 마음의 갈등이나 고민의 뿌리를 찾아가다보면 나의 마음과 영혼이 더 성장하게 된다. 내 자신을 위해,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나의 마음의 뿌리를 찾아가는 작업을 해보는 것 그것이 바로 상담이다.

혹시 이혼을 생각중이라면 혹은 극한까지 치달은 갈등 끝에서 재결합을 생각중이라면 이혼을 하더라도 건강하게, 재결합을 하더라도 가족이 과거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을 극복하고 건강한 가족으로 재성장 할 수 있으려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힘과 용기의 차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중략)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서는 힘이,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중략) 생존하기 위해서는 힘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데이비드 그리피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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