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혹은 진실에 대한 답은 언제?
의혹 혹은 진실에 대한 답은 언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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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 동화작가

깊은 밤. 개를 키우는 집안에 도둑이 들었다 치자. 우리가 상식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일은 맨 먼저 개가 짖을 것이라는 거다. 당연히 그 소리를 듣고 식구들이 깨어날 것이고 놀라서 자빠지든지, 몽둥이를 들든지, 신고를 하든지 어떤 조치라도 취할 것이다. 

나라에 도둑이 들었다 치면 이때도 집을 지키는 개와 같이 파수꾼 역할을 하는 누군가가, 어디선가 짖어서(?) 식구인 국민들을 깨워야 한다. 그 다음 도둑을 잡게 하고 사법당국으로 하여금 죄를 묻는 수순이 상식적일 것이다. 만약에 나라에 도둑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도둑이 맘대로 더 큰 도둑질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식구인 국민들이 피해를 볼 것은 자명하다.

2년 전에 4·15 총선이 있었다. 선거가 끝나고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졌지만 그저 선거에 패한 후보자가 분풀이하는 정도로 받아들인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거리에서 부정 선거를 규탄하는 블랙 시위에 나선 사람들을 보면서 나 역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언론이 저렇게 잠잠하고 있겠어? 피해 당사자인 야당이 가만히 있겠냐고.’ 

그런데 지난해 몇 군데 재검표 결과 실제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투표지들이 나왔다고 한다. 대선 예비후보까지 공개토론에 나와 주장했던 것으로 보아 전혀 근거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비정상적인 표가 여러 곳에서 나왔다면 한 점 오류도 없어야 하는 선거의 무결성 측면에서 보면 경천동지할 일이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일이다. 눈에 불을 켜서 의혹을 밝혀야 정상이다. 그러나 재검표 결과는 찻잔의 태풍으로 끝났다. 언론은 무관심했고 야당은 극구 부인했기 때문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권력은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위임받은 것인데 부정이 있었다면 그것은 누군가가 국민 주권을 도둑질한 것과 다르지 않다. 국민의 주권을 침탈한 도둑이 있음을 감지한다고 해도 눈을 감는다면 국가는 정상이 아닌 나라거나 미개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자유당 시절도 아니고 대명천지 대한민국에 정상적이지 않는 투표지가 웬 말인가. 

선거 관련 소송은 180일 이내 판결해야 한다는 법을 어겨가며 차일피일 미루다 1년 이상 지나야 마지못해 재판을 하는 대법원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방은 잠잠하지만 서울에서는 그동안 유튜브 등으로 소식을 접하고 울분에 찬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였고 부정선거를 방지하겠다고 감시단을 만들었다.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의 공정성도 따져서 스스로 주권을 지키겠다고 나선 셈이다.

도둑이 들었는데 집 지키는 개는 구경만 하고 도둑맞은 사람은 도둑 안 맞았다고 주장하니 진짜 주인은 눈만 멀뚱멀뚱. 사정이 이러다 보니 보다못한 닭들이 나와 꼬꼬댁거리며 난리를 치는 형국이랄까 아무튼 기이한 현상이다.

부정 선거는 의혹인가 진실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여기에 대한 답은 판결로 속시원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라고 180일이라는 시한을 못박았을 것이다. 서너 군데 재검표에 그쳤을 뿐 선거무효 소송이 아직까지도 100여 건이 넘게 재판조차 열리지 않았다 한다. 4·15 부정 선거 시비는 현재진행형인 셈인데 과연 답을 하기는 할까 모르겠다. 

이번 3·9 대통령 선거에서는 부실한 관리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확진자 사전투표는 투표함도 없이 본인 대신 다른 사람이 표를 받아서 소쿠리, 쇼핑백 등등에 보관했다고 하고 투표함 보관이 정상적이지 않은 곳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것들도 시민들이 감시의 눈을 밝히다 보니 드러난 일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통령 선거는 주요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론이 들끓었고 선거관리위원장이 난타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또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다. 공정선거가 되도록 투표에 관한 제도를 보완하든지 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철저하게 하도록 만들어서 다음 선거에는 한 점 의혹도 잡음도 생기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투표는 국민에게 주어진 소중한 주권이기에.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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