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관점에서 보는 유연한 사고
현지인 관점에서 보는 유연한 사고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5.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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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한 중소기업진흥공단 제주지역본부장

지난달 13일부터 나흘간 하노이에서 베트남 최대 종합 상품 박람회인 ‘2016 베트남하노이엑스포’가 개최됐다. 71개 한국기업을 포함해 중국, 호주 등 23개국에서 493개 업체가 참가한 대규모 전시회로, 제주지역에서도 5개 업체가 참가해 제품 홍보와 수출 상담을 통해 현지 시장조사와 제품에 대한 반응을 파악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베트남은 1986년 이후 서방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는 개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매년 6~7%대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현지 투자기업에게는 4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12년간은 5%, 그다음 34년은 10%만 내면 된다고 한다. 급여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고 전기, 수도, 통신이 절반이며, 공항과 도로 등의 기반 시설도 양호하다. 간혹 발생하는 파업도 정부 통제로 금방 종료된다고 한다. 지금은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 바뀐 중국을 대신할 생산 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베트남의 현재 인구수는 9300만명이 넘는다. 전후 인구의 갑절이 늘어났고, 10세~40세의 젊은 인구가 40%이상 차지하고 있다. 경제 성장으로 인한 가처분소득 증가로 중산층의 수가 10년 사이 2배로 증가하여 2020년까지 33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비를 위한 지출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은 거대 생산 기지와 거대 소비 시장이라는 양면의 매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반면 베트남 진출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업체가 예상외로 많다. 아직은 소비 수준이 낮아 판매가 책정이 쉽지 않고, 유통량의 80%가 재래시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환경 때문에 판로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역동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중산층 확대로 식품, 핸드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외국계 대형 유통망의 진출과 중산층의 성장이 맞물리면서 현대화된 매장을 통한 소비 패턴의 고급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더 이상 진출을 늦추거나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거대한 시장임에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 제주는 건강, 뷰티와 관련해 내재된 수출 역량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해외 진출에 대한 기업의 열의도 대단하다. 반면 품목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수출 희망지역이 중국에 너무 편중돼 있다. 그러다 보니 베트남과 같은 신흥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구체적인 판매 전략이 없어 수출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중국은 거대한 소비 시장이기는 하나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기도 한 것이다. 레드오션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성공적인 진출을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보다는 신규 시장에 대한 선점 효과를 누리는 것이 오히려 더 이익이 되는 경우가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중국에 비해 물량이나 이익의 규모가 크지 않다 하더라도, 이를 투자라 생각하고 꾸준히 문을 두드린다면 언젠가는 거대한 시장의 일등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베트남을 처음 방문하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이 횡단보도도 신호등도 무의미한, 오토바이, 자동차, 보행자가 뒤엉겨있는 하노이 거리에서 ‘무단횡단’하는 방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뛰지 말고 천천히 계속 걸어가면 오토바이들이 알아서 피해 간다는 것이다. 한없는 무질서 속에서 찾아낸 그들만의 ‘질서’인 것이다. 길 건너기 미션을 완수한 이방인은 ‘무질서’와 ‘질서’도 결국 상대적인 개념으로 우리의 ‘질서’가 그들의 ‘무질서’로 바뀔 수도 있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지역 기업인들도 절대적인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현지인의 시점에서 시장을 바라 볼 수 있는 유연한 사고로 신규 시장을 개척해 이를 통한 이윤 창출로 지역과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초우량기업으로의 도약을 기대해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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